[OSEN=논현동, 이후광 기자] “갑자기 (최)준용이 형을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도 1위는 1명이어야 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가 패자를 존중하고 패자는 그 존중에 감사를 표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왔다.
KIA 좌완 유망주 이의리(19)는 지난 29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두레홀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1985년 이순철(당시 해태) 이후 무려 36년만에 타이거즈 신인왕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투수는 역대 최초였다.
이의리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21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특급 유망주라는 타이틀답게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전반기를 14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로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도 승선해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신인왕은 그 어느 해보다 예측이 어려웠다. 여름만 해도 이의리가 신인왕을 굳히는 분위기였지만 후반기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사이 롯데 필승조 최준용이 무섭게 홀드를 쌓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앞서 한국프로야구 OB 사단법인 일구회와 은퇴선수협회는 최준용을 신인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미디어의 선택은 신인 중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이의리였다. 이의리는 1위 61표, 2위 37표, 3위 1표를 받아 총점 417점을 기록하며 1위 42표, 2위 50표, 3위 8표로 368점을 얻은 최준용을 49점 차로 제쳤다.
이번 시상식 최대 격전지로 꼽힌 신인왕 부문. 때문에 이의리도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는 “사실 기대를 안 했다. 그래서 수상소감도 준비를 안 했다.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의리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단상에 올라 2인자를 챙기는 승자의 품격을 보였다. 수상 소감이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는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최)준용이 형에게도 멋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의리는 시상식이 끝나고 취재진에 “갑자기 수상소감을 생각할 때 마지막에 준용이 형 이름을 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구단 홍보팀에서도 그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후배의 존중에 선배도 아쉬운 마음이 위로가 됐다. 최준용은 “그렇게 언급해 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올 한해 이의리 선수와 끝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다. 덕분에 힘을 받아서 나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내년 시즌에도 치열한 경쟁을 해서 시상식에 타이틀 홀더로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