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5년 전 이야기인데

학과 선배들 두어명하고 새까맣게 보이지도 않는 꼬꼬마 후배들 10명 정도가 (후배는 전원 女학생들)
오사카에 놀러왔었더랬지

숙소는 덴덴타운 들어가는 곳에 있는 한인민박집이었고
3박 4일 있는 동안에 좀 같이 놀아달라고 연락이 왔길래

회사 유급 하루 내고 여기저기 안내해주고 그랬지.
근데 숙소로 돌아올때쯤 되니 거의 12시 다된 시각이어서
다들 피곤하니 그냥 쓰러져 자겠지 했었는데

1학년 아해들은 자는 시간도 아깝다고 난바/도톰보리 구경간다는 거이야.

그래서 선배형님들은 먼저 숙소가라고 보내고 꼬마애들 5명 인솔해서
미도스지센 중간에 신사이바시에서 내려가지고 도톰보리/난바 걸어가면서
구경이나 하라고 했는데.... 

알다시피 일본은 왠만한 가게 문닫는 시간이 6-8시 사이라 밤 12시면 아무리 번화가 오사카 시내라도 거의 문 연 곳이 없음
사람도 뜸하고... 이 시간이면 볼 거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줬는데도 기어이 우기더니만...

그래서 다들 투덜거리면서 남바에서 터덜터덜 숙소를 향해 가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시끌거리면서 딱 봐도 고딩 1,2학년 티를 못 벗은 동네 꼬마 양아애들이
자전거하고 보드로 중무장(?)한채로 이쪽으로 슁슁 달려드는겨....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내비 두고 있었지. 나는 유난히 멀미에 약한 애 하나하고 한 10미터 떨어져서 걷고 있었고.

근데 그 꼬맹이들이 앞에가는 여자애들 주위를 뱅뱅 돌거나 부딪힐 듯이 지나가면서 위협하더라고...

그 때 갑자기 한 애가 꺅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는겨
"왜 그러냐"하고 소리쳤더니 "쟤들이 내 가슴 만질려고 그랬어" 그러더라고..

아 이거 씨발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오기는 하는데 저 꼬맹이 양아 새끼들 보니까 잭나이프는 가지고 있을 듯한 복장이라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겠고 마침 왼쪽에 공사하는 곳이 있길래 아시바 설치해 놓은 곳으로 달려가서 쇠파이프를 하나 들고 나왔어.

내가 싸움은 별로 경험도 없지만 등빨은 좋아.
얼핏 보면 유도나 레슬링 한 놈같이 보이고 인상도 그리 약해보이는 편은 아님
(솔까말 인상 드럽게 보인다는 소리는 가끔씩 들었음.. 많이는 아니고..... 진짜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쇠파이프를 일단 휘둘러서 땅에다 한 번 치고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코라!"라고 소리쳤지.
(한국말로 하면 어이! 얌마! 정도의 뉘앙스)

그 놈들도 내 면상 한 번 휙 보고는 귀찮아지는 건 별로였다고 생각했는지 지들끼리 낄낄거리면서 가더라고.
마침 그 앞에 코반(파출소)이 있었던 덕이기도 했고....


한줄요약 : 일본이라고 치안이 다 좋은 거 아님. 특히 나니와(현재 오사카남부지역 옛 명칭)출신 애들은
같은 오사카 사람들이라고 해도 별로 터치를 안함. 안 그래도 성격 드러운 오사카 사람 중에서도
성격이 좀 많이 드럽고 다혈질이고... 

울 장인영감도 그러더라. 차번호판 등록지 浪速(나니와) 달고 있는 차하고는 시비 붙지 말라고. 

오사카 여행. 조금은 주의해라. 특히 영업시간 다 끝난 밤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