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들아. 길어서 미안하다. 

갸뽕에 취해서 술좀 먹었다가 희판이 때문에 두산팬 친구랑 좀 싸웠는데

집와서 냉정해지니까 오히려 이젠 짜증이 솟구친다.

희판이 13년부터 올해까지 5년동안 로테이션 거의 안거르고 

886 2/3이닝(최근 5년간 전체 투수중 2위) 던져서 이닝 먹어준건

칭찬받아 마땅하지.

그정도 이닝을 먹었다는건 일정 이상의 성적을 보여줬기 때문이고

그게 가능했던건 그래 로케이션과 제구력 때문인 것은 인정한다.

솔직히 자기가 원하는 곳에 찔러넣을 수 있는 투수 크보에 별로 없잖아.

멍게는 말했지.

"희판이가 국제무대에서 통할지 나도 의문이다. 희판이 볼배합은 몸쪽에 찔러넣고 바깥쪽 승부를 보는 건데,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후하게 잡아주는 크보에서는 가능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그것을 잡아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서는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근데 어쨌거나 이 크보 바닥에서 희판이 같은 제구가 안되서 바깥쪽 공략 못하고 쳐맞는 투수가 수두룩한데

그 느린 직구 가지고도 나름 영리한 볼배합으로 바깥쪽 공략하는건

몸쪽이든 바깥쪽이든 자신이 원하는곳에 던져넣을 수 있는 제구가 되기 때문이긴 하지.

지가 살아남는 방식이고 보더라인 피칭이 그놈 장기이긴 해.

우리도 그런 애 하나 있잖아. 정용운이라고.

정용운도 보더라인 피칭이 잘되었던 초반 몇경기는 잘되다가 결국 안됐잖아. 

제구가 불안정하니까 몰리거나 보더라인에서 너무 빠지거나 그랬지

MLB의 그렉 매덕스가 컴퓨터 제구력으로 알려진건 그 선수 제구가 워낙 좋아서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그 명성이 드넓게 알려지다보니 심판들이 그렉 매덕스가 스트와 볼의 경계 아슬아슬한 지점에 던지면

웬만하면 스트를 준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기 때문이다.

저얘기가 떠도는 낭설이라고 할지라도 제구 좋은 투수가 심판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건 의심하지 않는다.

난 심판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도 투수의 능력이라고 인정은 한다.

그것이 심판매수로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던지는 공은 모두 의미가 있다는 걸 제구로써 심판들에게 꾸준히 어필했다면 말이지.

근데 딱 거기까지만 인정한다.

이색히는 기고만장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액션'이 이젠 도를 넘었다.

2아웃 상황에서 오늘만 몇번을 본건지 몰라

스트 존에서 명백히 빠진 공을 던져놓고(설사 그것을 심판이 스트 판정을 한다 할지라도)

덕아웃으로 껑충 뛰어들어가려는 액션.

이 행위는 심판에게 자신이 스트라이크의 값어치가 되는 공을 던졌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인 동시에

그렇잖아도 희판이 공의 묘한 코스에 영향을 받는 심판을 혼란스럽게 할 여지가 다분하다.

아 그래, 이건 독립적으로 심판의 개인역량이 관계된거니까 배제한다치자.

더 큰 문제는 타자들에게 있다.

그렇잖아도 타자들은 희판이 바깥쪽 공을 경계하게 마련인데

저런 액션을 취해버리면 다음에 비슷한 코스로 오는 공은 무조건 휘두를 수밖에 없게 된다.

아니 시발 심리전? 좋다 이거야

투수 타자와의 싸움은 타이밍 싸움이고 거기에 상호간 무수한 심리전이 펼쳐지는건 안다고.

근데 그 심리전을 자기 공으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희판이는 비루하게 '액션'으로 만들어간다는 거야.

그래. 야구룰에서는 이런 행위를 금지하지 않아.

어떤 투수에게는 쇼맨쉽이거나 아쉬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해.

희판이 자기 방식의 야구로 크보 대표 좌완이 된 것은 존중해준다만

그러니까 더 치졸하게 안했으면 하는 거다.

오늘 경기는 코시에서 맞붙게 되어서 그런지 진짜 정나미가 떨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