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경태(25)가 팀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꼽은 올 시즌 최고의 '블루칩'으로,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박경태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위치한 빌리 파커 필드에서 열린 NC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했다. 1회초 상대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중전안타와 도루를 허용한뒤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이후 삼진 3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총 43개의 공을 던져 직구 최고구속은 138㎞에 그쳤지만, 제구와 완급조절 능력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138㎞짜리 직구 뒤에 슬로커브(95㎞)를 던지거나, 120㎞짜리 슬라이더 이후 123㎞짜리 포크볼, 135㎞짜리 투심 패스트볼 등을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박경태는 "캠프 때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시즌 때 보탬이 돼야 한다. 아직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은 없다. 더 분발해야 하고, 더 많이 던져야 한다. 팀 분위기도 좋고, 감독 코치님께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줘서 기분좋게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자체 홍백전에서도 선발등판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낸 데 이어, 정식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올 시즌 선발 연착륙 가능성을 높였다. 

선동열 감독은 "좌완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박경태가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줘야 한다. 공을 편안하게 던지는 유형이라, 긴 이닝을 소화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까지 두 번의 경기를 지켜본 선 감독은 "좌우 코너워크가 잘 된다. 아직 스피드를 끌어올릴 시기가 아니라, 구속은 생각보다 적게 나왔지만 제구가 한층 안정됐다. 볼끝에 힘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해 마운드의 키플레이어인만큼, 최대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KIA에 입단한 박경태는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거쳐 2008년 1군 마운드에 데뷔했고, 2009년부터 매년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좌완투수가 절대 부족한 팀 여건상, 롱릴리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적 위축이 자신감 결여로 이어졌고, 기대했던 것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 때마다 넥센 정민태 코치가 "우리팀에 오면 15승 투수가 될 수 있다"며 탐을 냈다. 자신감만 높여주면, 류현진급 투구를 펼칠 자질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박경태를 만난 선 감독 역시 "심리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투수 운용에 상당한 짐을 덜어줄 투수"라며 자신감을 높여주기 위해 애를썼다. 

감독의 칭찬과 기대를 받으며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한 박경태는 "보직 보다는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 제구를 조금 더 가다듬어, 항상 최고의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