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분석글에 다른 선수들도 써달라고 해서 써봄
긴글주의, 요약있음
2019년 6월, 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조상우가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결장해야 하는 악재가 키움을 덮쳤다. 새 클로저가 필요한 상황에서 장정석 감독의 선택은 17시즌과 18시즌 연속으로 대체 마무리로 선발되었던 김상수가 아닌 오주원이었다. 그리고
오주원은 마무리로 기용되는 동안 2.34의 평균자책점과 18세이브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2020시즌, FA계약을
맺은 오주원의 성적은 최근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난 누군가가 연상된다(‘20오주원 5.0이닝 ERA
9.00, ‘19이보근 16.2이닝 ERA 9.72). 그나마
이보근은 FIP가 3.46으로 정말 극심하게 안 풀렸던 시즌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반면 오주원은 FIP가 9.03으로 평균자책점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극도의 부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5이닝은 유의미한
분석을 하기에는 너무 작은 표본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추측을 해 보았다.
사실 오주원은 풀타임 불펜투수로 전업한 2016년부터 생각보다 괜찮은
투구내용을 보여왔었다(240경기 등판 중 3경기 선발). 그러던 투수가 갑자기 차마 봐줄 수 없는 성적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런지 우선 구속을 살펴봤다.
오주원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2016 137.4 128.1 128.1
2017 136.4 125.3 123.9
2018 136.4 127.3 125.7
2019 136.6 127.5 127.3
2020 134.4 124.3 124.1
이쯤되면 보일 것이다. 리그 평균은 기록하던 시절과, 2020년의 차이. 모든 구종의 구속이 갑자기 2~3km/h가 떨어진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FA로 인해 시즌
준비를 못 했는지, 아니면 급격한 노쇠화가 진행되는 건지는 모르지만,
해결책이 필요하다.
오주원은 포심과 슬라이더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투수이다. 두 구종의
구사율 합은 2016년부터 77.0%, 81.8%, 83.8%,
89.9%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현대 피칭이론에 따르면 정석적인 구사방법은 패스트볼은
높게 던지고, 슬라이더는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가라앉도록 던지는 것. 대충
이런 제구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오주원은 이런 식으로 포심을 구사하는 선수가 아니다. 우타자
몸쪽에 집중되어있긴 하지만, 존에 골고루 집어넣으며 수싸움을 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고, 이 방식은 올해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의 지표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오주원 포심 피안타율 스윙% 구사율
2016 .245 47.2 57.8
2017 .289 51.9 65.0
2018 .278 51.7 58.8
2019 .192 48.0 62.0
2020 .455 62.3 53.0
앞서 언급한 구속 저하와 맞물리면서 타자들이 배트를 내는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공이 느려지면서 더 잘 보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점은 손혁 감독의 기용 문제도 겹쳤을 수 있다. 오주원이 실점한
3경기를 보면 5월 8일
한화전과 5월 20일 SK전에서는
좌완 이승호, 5월 27일 NC전에는 좌완 김재웅에 이어 등판했다. 2019시즌 오주원의 앞에
우완 조상우나 김상수, 한현희가 나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오주원의
느린 포심은, 눈에 익으면 맞는다.
다음으로는 슬라이더를 살펴보자.
16 17 18
19 20
지난 몇 년간 오주원의 슬라이더 제구와 피안타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6, 17시즌에는 슬라이더를 충분히 바깥으로 빼지 않아서 맞았고(피안타율 .276, .419), 18시즌에는 밖으로는 뺐는데 높아서 맞았지만(피안타율 .333), 19시즌에는 제구가 완벽해지며 피안타율 .192에 그쳤다. 즉, 포심은
몰라도 슬라이더만은 피칭 이론에 맞게 제구해야 된다는 말.
19시즌 그 이론에 충실히 따라 확실하게 우타자 쪽 하단을 공략했던
슬라이더의 제구가 이번 시즌 다시 망가지며 원래대로 돌아가 버린 것(피안타율 .333). 변화구 중에서는 슬라이더 의존도가 가장 높은 만큼, 다시
제구를 잡아야 한다.
올 시즌 갑자기 비중을 높인 체인지업은, 미안하지만 2017년 외에는 구종가치 양수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재학과 같은
무브먼트를 갖지 못한 오주원의 체인지업은 타이밍을 빼앗는 데 써야 하는데, 10km/h의 구속 차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갑작스러운 구사율 증가의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작년 오주원의 월별 피안타율은 6월부터 .105 .259 .290 .353을 기록했다. 즉, 분석됐다는 거다. 아마 변화를 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7년은 오주원이 체인지업을 가장 적게 던진 해로(구사율 4.9%), 타자들이 의표를 찔려 공략을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슬라이더의 제구 문제가 체인지업 장착으로 인한 것이라면,
차라리 체인지업을 포기하고 좌타자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19시즌
좌타 상대 OPS .485). 물론 여기에는 슬라이더 제구가 작년과 같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이전에는 오히려 좌타자에게 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둘 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오주원은 김상수의
경우와는 다르다. 김상수는 나온 경기의 절반 이상에서 실점을 했지만,
오주원은 몇 경기에서 크게 털려서 그렇고, 무엇보다 실점한 세 경기는 좌완 뒤에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5이닝은 표본이 작아도
너무 작다.
작년의 성적을 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전처럼 리그 평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반등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간단요약
-안 그래도 느린 공이 더 느려졌는데
-좌완 뒤에 올려서 포심이 더 잘 보이고
-슬라이더 제구는 다시 흔들리고
-체인지업은 원래 똥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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