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겆붕이가 물었다

"임병욱은 언제오냐?"


겆갤은 1년 내내 갤에서 머무르며 팀에 관심을 유지하는 정신병자들만 들어오는 곳이 아니었다


현생에 집중하다

"아 요즘 이 병신팀은 뭘하고 있나?"

하면서 기어들어오는 새끼들도 있을것이요


지나가다 스포츠 기사를 보고

"아니 이 병신팀이 상위권이라고? 실화냐?"

낚여서 기어들어오는 어리석은 흑두루미 들도 있을것이요


개막하고 몇주나 지나서야 주말에 해주는 공중파 중계를 발견하고  

" 어? 야구 개막했네?"

라며 빨간약을 먹고 깨어난 중생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 종자들이 갤에 들어와서 하는 첫 질문은 대게 다음과도 같았다

"임병욱은 어디감?"


당연히 기존의 겆붕이들은 잘 돌아가는 팀에 왜 더러운 이름을 끼얹냐는 듯

날카로운 답변들을 쏟아내겠지


"존나 못해서 고양감"

"은퇴함"

"병욱단 해체한지가 언젠데"

"그새끼는 그냥 야구를 못함"


남들 앞에서 볼드모트의 이름을 내뱉은 해리포터가 된 것 같은 싸늘한 분위기에 종자들은 그저 침묵할 뿐이다

하지만 모든 야구팀은 언젠가 슬럼프를 맡기 마련이라

짓눌려 있던 종자들은 혼란을 틈타 한 목소리로 외치더라


"임병욱 안올리냐?"

그 목소리의 시작은 분명히 미약했다.


하지만 그 문장에 담겨 있는 이름 석 자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태초에 거액의 계약금을 내주고 데려온 자

그의 이름은 한때 임거금이었다


장군이라는 위명과 함께 별이 되어버린자도

절반의 바지에서 절반의 뽀찌가 되어버린자도


기대치로

당시의 임거금이라는 사내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걷어찬 야수는 팀 역사의 이전에는 없었고 이후로도 없었지만 팬들은 참고 또 참았다

그러던 어느날

공이 탱탱해져버렸던 한 때

터져버린 그의 모습을 보며 겆붕이들은 목놓아 울며 외쳤다

"임병욱은 국대가 딱이야아아아악!"

그렇게 그는 임국딱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묵직해져버린 공과 함께

"임병욱 저새끼는 군대가 딱이다"

임군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닉값을 하는지 얼마 후에 군대로 가버렸다



막상 진짜 군지하니 먹먹해진 겆붕이들을 뒤늦게 속삭였다

"임병욱 군대갔다오면 정후가 우익수로 가야겠지?"




그랬던 이름

임병욱.

그 이름엔 분명 울림이 있었다


처음엔 한 명

그 다음엔 두 명

피폐해진 현실의 팀 앞에 이런 찬란했던 과거들을 뒤늦게 떠올린 겆붕이들은 그 미약한 종자들의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고,

"임병욱 안올리냐? 좆수종 좆진원 언제까지 봐야됨?"


결국 1군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이름 석자에

태풍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병욱단 백만스물하나!"

"병욱단 백만스물둘!"


하지만 그들의 대가리가 모두 깨져 버리는데에는 한타석이면 족했으니...

"공이라도 더 보고 뒤져라 씨발아"

"삼구 폭삼 실화냐?"

"스윙이랑 공이랑 한뼘은 차이나네 눈감고 휘두르냐?"

"저새끼는 그냥 야구를 못한다니까?"


그렇게 한 여름날의 열기를 약간 가라앉히는 신선한 헛스윙을 만들어내던 그는 1군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병욱단도 해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야구는 매일매일 흘러가고 팀은 슬그머니 다시 궤도에 올랐다


어느새 싸늘해진 계절.

시리즈를 앞둔 겆갤은 언제나 그랬듯 시끄러웠다.


"개씨발 손현기 불펜 보내는게 말이되냐?"

"좌완이 없는데 어캄? 인범신 3선발 쓰면됨 ㅅㄱ"

"원기신이 언제부터 그런걸 따졌다고 지랄 자제좀"

로스터 구성으로 혼란한 겆갤.


그런 난장판에 가을야구 소식을 듣고
올해 처음으로 찾아온 한 겆붕이가 물었다

"임병욱은 언제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