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8시 50분쯤.

SBS에서는 로또 추첨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로또 판매금은 불우이웃돕기 등에 쓰인다는 진행자의 헛소리를 뒤로한채

나는 공기를 받아 서서히 움직이는 비너스 추첨기를 응시했다.

번호가 나오기 시작한다.

내 눈은 손에 든 로또 용지를 향한다.

그리고 나는 눈이 동그래진다.

이럴수가. TV에 보이는 번호와 내 번호가 똑같다. 정말 똑같다.

방송이 끝나고 나는 컴퓨터로 달려가 인터넷으로 확인해본다.

이럴수가. 진짜 똑같다. 한개도 안 틀리고 똑같다.

나는 터져나오는 기쁨의 환호성을 억제하고 남몰래 눈치를 살폈다.

나만 알아야해 절대 남에게 이야기하면 안돼. 중얼거렸다.

떨리는 마음으로는 도저히 잠을 이룰수 없어 시원한 맥주로 목을 들이킨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고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그래..그래..일요일까지만 버티자..그래..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일요일이다. 젠장

하루 더 보내야 당첨금을 수령하잖아. 이런 젠장.

그래. 오늘만 참자. 오늘만 참자. 내일이면 나도 갑부다.

흐뭇하게 웃으며 나는 일요일 하루를 평소와 다름없이 보내기로 했다.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세상에...세상에..내가 1등 독식이라니..

세금떼도 이게 얼마야..나는 이 엄청난 행운이 도대체 믿기질 않았다.

내일이면 난 갑부야. 난 갑부야..

다시 맥주를 꺼내 마시고는 잠이 든다..

내일까지 계속 자자..내일까지 계속...


아침이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월요일이다..

그래, 월요일이다! 월요일...그런데 지각이다..출근해야되는데..

아차..나는 이미 갑부지..ㅋㅋㅋ

나는 일단 옷을 챙겨입고 회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차..사직서! 나는 근처 문방구에 들러 사직서를 하나 만들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직장 상사가 왜 늦었냐고 다그친다

나는 상사를 향해 미소띤 얼굴로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조금은 감회가 새롭다.

그래도 당첨되기 전에는 내가 일했던 곳이라..그래도 애정이 있나보다..

난 의미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회사를 나와 농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농협에 도착하고 나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당첨금을 수령했다

축하한다고 말하는 직원들에게 피식 웃음을 날리며 승자의 여유로움을 보여주었다

농협을 나온 나는 수십억이 된 내 재산을 생각하며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 배가 터지도록 웃었으니 일단 차를 사야겠군"

나는 갈등했다. 국산? 외제?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다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외제가 낫지. 여자들도 뻑 가잖아? 나는 웃으며 자동차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