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댓글에 김춘수 시인 이야기 하길래...퍼왔다..

이 글은 2002년 11월 23일 <토지문화관>의 ‘토요일의 문학이야기’ 프로그램에서
김춘수 시인의 강연 중에 어느 고교 교사가 질문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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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보편적인 해석을 찾아 해석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 시를 가르쳐야하는지 알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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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육이 문학을 망치고 있어요. 특히, 대학입시가 그렇습니다.
내가 겪은 일을 말하겠는데요.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내가 대구 경북대학 교수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내 제자 중에 학교 선생이 있었지요.
이 사람이 고등학교 국어 선생을 하면서 대학원에 들어와서 석사 과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찾아와서 선생님 시(詩가) 사관학교 입시에 나왔다 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한번 보여 드릴까요” 하더라고요.
가지고 왔는데 “선생님 한번 해보이소?”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답을 써봤는데, 다음날 채점을 해가지고 왔는데 40점이라는 겁니다.
아! 이거 큰일 났다. 내가 이 시 작자인데, 고등학교 입시정도의 문제에
작자인 내가 문제를 풀었는데 40점이 나왔다면 이게 어떻게 된 거란 말입니까?

그럼 만점 받은 학생들은 전부 틀린 답을 적었다는 거 아닙니까?
내가 볼 적에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제를 보니 시가 무엇을 나타냈느냐 하는 그런 식의 문제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교육을 해가지고 그렇게 채점을 한다는 것이 기가 막히더군요.

문학교육은 구술 테스트가 가장 좋습니다. 물어보는 사람의 입장과
대답하는 사람의 대답이 달라도 납득이 가는 대답이 있고,
답은 맞는데 과정을 물어보면 엉뚱한 과정이 나올 수 있고, 과정이 중요한 것인데,
예술 감상을 똑같이 하라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납득이 갈 수 있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합니다.
작자와 일치한다고 주는 것은 안 됩니다.
더 세밀하게 관찰한 사람이 작자하고 의견이 틀리다고 해서 0점을  주면 안 되지요.
하지만 그런 식의 채점을 하도록 지금의 현실이 그렇게 되어있다는 말입니다.
문학교육이 문학을 망치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