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관련해서 모든 연예기획사가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맞는 얘기임. 그런데 저걸 연예기획사가 해결할 문제냐? 그게 간단하지가 않음.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허니버터칩 품귀사태, 포켓몬빵 품귀 등등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소매상들이 과자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저때 제과사에서 도소매상들이 요구하는 과자를 넘겼다면 그게 문제일까?

나중에 인기가 시들해서 도소매상들이 악성재고에 시달렸다. 그럼 저거는 제과회사들의 문제일까? 이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임.

만약에 허니버터칩을 만든 해태제과에서 판매량을 조작해서 인기몰이를 하기 위해 해태유통이라는 자회사에 물량을 떠넘기고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판매량 신기록"이라고 언론플레이를 했다면 이건 소비자들을 속인 행위이다.

그런데 저게 해태유통이라는 자회사가 아니고 롯데마트였다면? 해태제과 입장에서 그냥 장사 잘 한 것임. 예상보다 과자가 안 팔려서 롯데마트 창고에 허니버터칩 재고가 쌓였다면 그건 롯데마트에서 장사 잘 못한 것일뿐 해태제과가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에서 규제하는 "음반밀어내기" 관련 내용은

1) 판매량 관련해서 갑질을 하거나 회계조작을 하는 행위. 예를 들어 실제로는 안 팔렸으나 자회사로 떠넘기면서 모회사 영업이익만 뻥튀기

2)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인기몰이 등) 판매량을 과다하게 집계토록 조작하는 행위

저런 관점에서 뉴진스 재고를 보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됨.

1) 하이브 창고에 쌓여있는 160만장 재고앨범은 애초부터 판매량에도 집계가 안 되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 경영손실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소비자 또는 투자자를 기만한 것과는 무관함. 공장생산량 기준 집계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음반시장에서는 공장생산량 기준 통계는 별 의미가 없음

2) 일본 유니버설에 쌓여있는 11만장 재고앨범도 위와는 해당이 없음. 유니버설은 하이브의 하청회사가 아니고 세계1위의 미국계 유통회사임. 그러니 그 회사한테 15만장을 팔아먹은 것은 그저 하이브 또는 어도어가 영업 잘한 것일 뿐임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이고, 이는 뉴진스 부모가 공정위에 신고한 하이브 계열사들도 마찬가지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뭘 손대고 말고 할 것도 없음. 그러니 민희진도 "안물안궁"했던 것이고, 같은 기준으로 따지면 하이브가 문제면 어도어도 문제고 어도어가 문제없으면 하이브도 문제없는 것임.

그런데 11만장 재고는 사실상 소비자에게 도달되지 않고 유통사 창고에 쌓여있음에도 판매량으로는 집계됨. 어쨌든 어도어에서 유니버설재팬에 팔기는 팔았으므로... 그러니 소비자인기라는 척도로 볼 때 소비자심리를 왜곡할 가능성은 있음.

그렇다고 저걸 개별회사(음반사이든, 유통사이든)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됨. 유통사가 소비자에게 주문받을 때마다 생산자에게 연락해서 물건을 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자 출하량과 소비자 소비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

저런 경우에 회계에서는 "연결회계처리"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저 문제를 해결함.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전자유통에 물건을 10억원에 넘기고 삼성전자유통에서 소비자에게 물건을 12억원에 팔았다면 일단은 매출이 삼성전자 10억원, 삼성전자유통 12억원 이렇게 잡힘.

연결회계에서는 저때 삼성"그룹"의 판매량을 22억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된 12억원으로 계산함. 즉, 삼성그룹의 전체"연결"매출은 22억원이 아니고 12억원이 되는 것임.

저것처럼 음반판매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1) 음반회사의 음반판매량을 집계할 때 판매량비중 15%이상, 금액기준 10억원 이상인 유통사에 대한 판매분에 대하여는 최종적으로 유통사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이루어진 실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며, 그 기준에 미달하는 유통사 또는 소비자에 대한 판매분에 대하여는 음반사가 유통사 및 소비자에게 판매한 수량 전체를 집계한다.

2) 콘서트, 팬싸인회 등 이후의 후속행사를 전제로 하여 판매가 이루어진 판매분에 대하여는 이를 가매출로 보아 판매량 집계에서 제외하고, 동 후속행사가 실제로 진행된 시점 이후에 판매량을 집계한다. 만약 행사 후에도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재고분이 발생한 경우 당초 계약상 반품조건이 있음에 따라 반품된 수량은 이를 제외하고 집계하며, 별도의 반품조건이 없는 경우에는 모두 판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그냥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은 것이라서 허황될 수도 있음. 하여간에 저것은 하이브의 문제도 아니고 연예기획사 전체, 더 나아가 산업전반에서 똑같이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임.

저걸 공정위에 신고한다는 것이 웃긴 일이긴 함. 그러니 안물안궁인데 거기에 지뢀발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놀랍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