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속지 마세요.

겉만 번지르르하다. 배우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로만 꾸려놨으니 눈이 혹할 만하다. 하지만 예쁘기만 할 뿐, 쓸모가 없다. 공감도 감동도 없다. 예쁜 쓰레기, 영화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다.

‘해피 뉴 이어’는 새해를 앞둔 12월 저마다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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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대로 회귀다. 이야기, 캐릭터, 미쟝센, BGM까지 모두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있다. 촌스럽다고 표현하기도 부족할 만큼 손·발 모두 오그라든다. 시대가 지나면 ‘사랑과 소통의 방식’도 변하거늘, 곽 감독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듯 자신만의 섬에서 ‘예쁜 사랑’만 외치려 한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대놓고 모사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 보여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마저도 실력이 안 돼 따라가지도 못한다.

특히 캐릭터들의 설정과 묘사가 시대에 뒤떨어진다. 결혼을 앞둔 ‘남사친’ 주위를 얼쩡거리며 훼방을 놓는 여주인공 소진(한지민)에겐 ‘순수한 사랑’이란 포장지를 씌워놓고,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에게 연거푸 호감을 표하는 호텔 대표 ‘용진’(이동욱)에게선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데도 ‘신데렐라 판타지’만 적용한다. 그야말로 민폐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보는 내내 공감할 수 없으니 작품에 이입될 리 만무하다.

편집도 산만하다. 메가폰이 멀티 캐릭터들을 아우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꿰어맞추려 하니 각자 사연엔 깊이가 없고 단편적이다. 영상미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끔은 옴니버스 웹드라마를 큰 화면으로 보는 기분도 든다.

이쯤 되니 배우들만 아깝다. 그 누구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다. 이기적이고 얄미운 ‘소진’도 한지민이었기에 나쁘게 보이진 않는다. 이혜영·정진영의 그레이 로맨스도 그럴 법해 보인다. 특히 인생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는 ‘재용’ 역의 강하늘은 전매특허 ‘지질 연기’로 그나마 숨 쉴 구멍을 마련한다. 러닝타임 138분간 지루하게 쓰인 연하장을 확인하고 싶다면 오는 29일 극장가로 달려가길.

■고구마지수 : 4개

■수면제지수 :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