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긱뉴스에 올라온 'Rust를 모든 GPU에서 실행하기' 글 잘 봤습니다. 기술적인 성취 자체는 정말 대단하고 박수받을 일입니다. Rust의 장점을 GPU까지 끌고 오려는 시도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왜 아직은 '연구' 단계에 머물러야 하며, '실전' 투입은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는지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박해 봅니다.

1. '추상화'라는 이름의 비싼 세금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제시된 Rust 프로젝트의 실행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Rust 코드 → SPIR-V/PTX → Naga 변환 계층 → HLSL/MSL(네이티브 셰이더) → GPU 드라이버

이 복잡한 파이프라인은 '추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대가는 성능과 제어권의 상실입니다. 각 변환 단계는 예측 불가능한 성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며, 하드웨어의 미세한 부분까지 제어해야 하는 고성능 컴퓨팅에서는 치명적입니다.

C++/CUDA가 코드 → 컴파일러 → 하드웨어로 이어지는 직선 도로라면, 이 방식은 여러 갈래의 비포장도로를 거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과 같습니다. 길은 험하고,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2. 범용성의 딜레마: '만능'은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한 번 작성으로 어디서든 실행'이라는 구호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최소 공통 분모'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NVIDIA, AMD, Apple의 GPU는 각기 다른 아키텍처와 장점을 가집니다.

이런 범용 접근 방식으로는 NVIDIA의 Tensor Core, Apple의 Unified Memory 아키텍처 같은 특정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없습니다. 결국 모든 플랫폼에서 그럭저럭 돌아가는 코드가 될 뿐, 특정 플랫폼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는 코드가 되기는 힘듭니다.

3. 진짜 싸움은 '언어'가 아니라 '생태계'입니다

NVIDIA의 CUDA가 막강한 해자(moat)를 구축한 것은 C++ 언어 자체가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15년 이상 쌓아 올린 생태계 때문입니다.

• 라이브러리: cuDNN, cuBLAS, TensorRT 등 업계 표준 라이브러리.
• 도구: NSight 같은 강력한 프로파일링 및 디버깅 툴.
• 커뮤니티: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자료.

Rust가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AI/ML 프로젝트가 여전히 Python + CUDA 기반으로 돌아가는 이유입니다.

4. 특수 목적에는 특수 도구가 필요합니다 (feat. Ada/SPARK)

최근 Ada 언어가 NVIDIA와 협력해 GPU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모든 걸 다 하겠다'는 Rust의 접근법과 정반대의 철학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Ada의 GPU 지원 목표는 명확합니다. 게임이나 일반 연산이 아닌, '수학적으로 오류 없음이 증명된 코드를 GPU에서 안전하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항공우주, 자율주행 등 극도의 신뢰성이 필요한 아주 특수한 목적을 위한 것이죠.

이는 GPU 프로그래밍 세계가 단 하나의 범용 도구로 통일될 수 없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 최고의 성능이 필요하면 C++/CUDA를 씁니다.
• 최고의 안전성이 필요하면 Ada/SPARK를 씁니다.
• 최고의 생산성(AI/ML)이 필요하면 Python을 씁니다.

결론: 멋진 시도, 하지만 아직은...

Rust의 GPU 통합 프로젝트는 GPU 프로그래밍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훌륭하고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추상화의 비용', '범용성의 한계', '생태계의 장벽'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현업에서 결과물로 증명해야 하는 개발자에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의 멋진 시도일 뿐, C++/CUDA라는 검증된 솔루션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