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간호대 졸업한 백수다

취업 잘 된다는 거 하나만 보고 간호대 들어왔는데

입학할 때는 코로나, 막학년 때는 전공의 파업이 겹쳐서

역대 최악의 불취업을 경험했다

나보다 학점 한참 낮은 선배들이 

합격 시켜줘도 안 간다는 병원들마저 죄다 광탈하고

이후에는 서류 넣지도 않다가 취업 못한 채로 졸업해버렸다

'25년도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아무 생각 없이 살다보니까 벌써 올해도 4개월 뒤면 끝이랜다

국시 합격 후 2월부터 지금까지 쭉 논 셈이다

물론 아예 논 건 아니긴 하다 

변명해 보자면 토익공부하다가 2개월 날렸다

그런데 성적은 작년이랑 비슷비슷해서 자존감이 더 깎였다

웹소설을 써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공부해보기도 했다

다만 역시나 잘 되지 않았으니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논 거긴 하다

어머니는 4월부터 지금까지 쭉 한숨을 내쉬면서 언제 취업할 거냐고 재촉하신다

우리집은 아버지가 없다

나 어렸을 때 진즉에 보험금이 되셨다

가족은 나, 어머니, 두 살 터울 형제 이렇게 셋이다

두 살 터울 형제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쭉 백수다

어머니는 '그래도 둘째는 취업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내 뒷바라지를 해오셨는데

믿었던 둘째마저 취업하지 못한 패배자가 돼버렸으니 더 이상 버티기 힘드신 모양이다 

마트에서 매일 고생하시는 어머니께는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그런데 왜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을까

난 왜이리 줫병신같을까

가장 병신같은 건 내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형제는 몇 년을 백수로 놀았는데, 왜 난 쉴틈없이 계속 공부해야 하지?' 

하는 뒤틀린 억울함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종합병원이나마 취업 성공한 동기들도 이젠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조차 쓰지 않는다

난 사지 멀쩡한데 왜이럴까...

어떨 때는 그냥 아버지를 따라 보험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