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기도 - 문학 갤러리

손 없는 기도모바일에서 작성

ㅇㅇ

2025.05.29 13:27:30

조회 59 추천 0 댓글 0

죄수는

벽을 사랑 할 수 있을까

죄수는

촛불을 키고

사방의 닫힌 벽을 본다

벽에서 동물의 얼굴을 그리지 않고

벽에서 여자의 속눈썹을 회상하지 않고

죄수는

다만 벽만을 사랑 할 수 있을까

죄수는

정육면체를 오른손으로 쥔다

나무로 된 정육면체

왼손으로 든 촛불로 그것을 조각한다

불로 불을 조각한다

다만 작았던 심지의 불 보다

조금 더 타오르는 것을 본다

더 더 오른손이 타오르는 것을 본다

더 더 왼손이 타오르는 것을 본다

불길이 꺼지고

방 안의 모두가

그을려진 손바닥의 타버린 어둠처럼

까맣게 전부 적셔질때

죄수는

이것이 무한한 사랑의 지각이라고

이것이 새로운 불 새로운 색의 탄생이라고

이것이 못 박힌 신의 돌아온 성흔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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