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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의호랑이소설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12:16:03
조회 64 추천 3 댓글 0

 어느덧 땅거미가 서서히 내려앉을 즈음.

 지웅은 현관 앞에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잊은 물건은 없나 주머니를 뒤져보고, 괜스레 매무새를 정리하던 중.

 문득 어제부터 확인하지 못한 스마트폰에 연락이 와있나 확인했다.

 화면을 켜자 쌓여있는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

 전부 코치와 부모한테서 온 전화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기에 잠금을 풀어 대충 아무 일도 없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조금의 감정이 실려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쉰 지웅은 얼굴을 구겼다.

 과연 이 짓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채 원치도 않는 일을 하는 건 점점 나의 마음을 좀먹었고, 쌓여가는 부담감과 피로는 어깨를 점점 짓누르며 나를 괴롭혔다.

 ‘차라리 재능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누군가 듣게 된다면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한마디 할만한 생각이었다,

 “아, 가려고?”

 어느새 다가온 산범이 지웅에게 물었다.

 곰은 고개를 돌려 그 황토색 털 뭉치를 바라보았다.

 “네.”

 “아까도 말했지만 자주 놀러 와.”

 “음… 노력해볼게요.”

 산범은 예상치 못한 특이한 대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보통은 [네]라거나 [아니요] 라고 대답한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뚝뚝한 얼굴로 고민한 끝에 노력해볼게요 라고 대답하니 왠지 모르게 빵 터져버렸다.

 뭐가 이상했나, 지웅은 뺨을 긁적이며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산범이 진정된 후, 지웅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불이 들어온 현관 등이 두사람을 비췄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응. 나중에 봐.”

 산범은 문을 나선 흰색 털 뭉치의 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이내 현관 등까지 꺼지자 찾아온 끈적한 고요함.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이 고요함이 더욱 진하고 끈적하게 느껴졌다.

 소리도, 색도, 온도도 다시 반이 돼버린 이곳.

 외로움이 몰아쳤다.

 그 아이가 없으니까 말이다.

 만일 미호까지 이곳을 떠난다면.

 예전처럼 다시 혼자가 된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산범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은 하루라도 빨리 여우를 여기서 내보내는 게 우선이다.

 그녀의 청춘이 푸른 채로 시들기 전까지.

 그리 마음먹은 산범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고된 하루가 될 것이다.

-

 달동네에 어둠이 내리깔렸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밤바람은 살짝 쌀쌀했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달은 반쪽을 잃어버린 채 하늘에 박혀있다.

 따뜻했던 분위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야시꾸리한 분위기가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채 두리번거리거나 당당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수컷들과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며 앙탈을 부리는 암컷들.

 교성이 들리는 몇몇집은 벌써 시작한 듯 보였다.

 얼른 이 거북한 곳을 벗어나기로 한 지웅은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들을 이정표 삼아 걸었다.

 그러면서 그는 산범을 생각했다.

 어젯밤 처음 만난 남자이며 몸을 파는 그.

 부드럽게 웃은 호랑이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햇볕처럼 따스하고, 파도치지 않는 바다처럼 고요한 매력을 가진 남자.

 그리고 지웅은 이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사창가에서 일하는 남창에게 말이다.

 남창.

 타인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파는 남자.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물건을 빨고 핥으며 구멍으로 받아내는 그.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고 상상하니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하지만 자신이 그를 막을 용기와 마땅한 권리도 없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본인은 그 남자를 화나게 했다.

 첫눈에 반했다는 이유로 처음 만난 남창에게, 그것도 섹스 중에 대뜸 고백하다니….

 다시 생각해도 봐도 미련한 짓이었기에 지웅은 거칠게 머리를 긁었다.

 그 와중에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짧게 울렸다.

 또 부모님이겠지 하며 꺼내든 핸드폰의 화면에는 늑대의 이름이 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부터 안 보이던데.’

 잠금을 푼 그는 늑대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어디냐? 설마 아직도 그 남자랑 섹스 중이냐?]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지금까지 하면 죽을걸? 사정이 있어서 이제 집 가는 길이야. 넌 어딘데?]

 [여친 집. 오늘 떡 치자 해서 왔지.]

 [체력도 좋네.]

 [아다 땐 소감은 어떠냐?]

 잠시 멈춰선 곰은 그 느낌을 되새김질했다.

 그의 작은 몸은 가녀린 소녀 같았지만 노련한 허리 짓이나 리드하는 실력을 보면 짧게 이 일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나는 구멍의 조임.

 자위기구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감촉과 온도, 그리고 조임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자극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쫒겨난 것도 횟수에 포함이 되려나?

 조금 고민하던 지웅은 늑대의 물음에 답장을 보냈다.

 [좋았음.]

 중간까진 좋았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라고 생각하던 차에 늑대의 답장이 왔다.

 그리고 그 문자는 지웅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 그럼 다음에 가면 그놈이랑 한번 해봐야겠다.]

 지웅은 손가락을 놀려 답장을 보냈다. 

 [절대 안 돼.]

 그러고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 도로 집어넣었다.

 자신이 막을 자격 따윈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에 이러한 답장을 보낸 그.

 “…씨발.”

 그는 작게 읊조렸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짜증이 났다.

 씁쓸한 현실을 혀 끝으로 맛보는 사이, 그의 발걸음은 버스 정류장에 멈췄다.

 그리고 우연히 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끌리는 대로 하고 싶을 뿐이다.

 아무도 없는 버스는 조금 스산한 분위기였다.

 흐릿하게 켜진 천장등과 왠지 더 크게 들리는 듯한 엔진음.

 지웅은 대충 자리에 앉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은 창밖으로 멀어졌다. 마치 자신을 잡지 말라는 듯 말이다.


-

이게왜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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