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글 보고 생각났는데 옛날 쌉고전 게임들 퀘스트저널 없고 지도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쓰고 그려가면서 했던거 기억남

맞는 말임 진짜 그때는 그게 모험하는 느낌이었고 게임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이 세계에서 헤쳐나간다는 느낌 받았지

근데 그게 단순히 불편함 그 자체가 좋았던 걸까? 내 생각은 좀 다름

그때 게임들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세계를 탐험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거임

NPC들 대화 하나하나에 다음 목표나 숨겨진 정보가 있었고 길을 잃어도 엉뚱한데서 이벤트나 아이템을 발견하는 식의 밀도가 있었음

요즘 게임들? 편리한 지도에 친절한 퀘스트 마커 다 찍어줘도 왜 재미가 없을까?

그건 편의성이 지나쳐서가 아니라 애초에 세계 자체가 그냥 텅 비어있거나 컨텐츠가 없어서 그런거라고 본다

퀘스트 마커 따라가면 그냥 몹 잡거나 심부름만 시키고 NPC들은 대화 걸어봤자 복붙 대사만 하고

불편함이 없어도 그 세계에 몰입할 이유가 없는거지

영포티 개발자가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어쩌면 그때 그 시절의 '밀도'나 '탐험하는 재미'를 다시 만들고 싶은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걸지도 모름

옛날 불편함은 재밌는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약간의 고생이었고
지금 편의성은 재미없는 세계를 그나마 빨리 끝내기 위한 도구 같다고 해야하나

그런 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