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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대]엔드 롤 없는 배드 엔딩

어사일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02 21:44:00
조회 100 추천 0 댓글 2

 젠장. 아, 진짜 젠장할. 모든 게 끝났다. 이보다 더 완벽하게, 처참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망할 수가 있을까. 


 눈앞의 광경은 현실감이 없다. 아니, 이 세계 자체가 현실감이 없었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비현실성마저 나를 조롱하는 듯 선명하다.


 하늘에는 여전히 그 빌어먹을,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한 무지갯빛 오로라가 둥실거린다.

마치 이 싸구려 아동극의 해피 엔딩을 자축하는 축포처럼.


 그리고 내 바로 앞, 방금 전까지 나라는 '최종 보스'를 상대로 필사의 사투를 벌였던 나의 전 동료들—이제는 그냥 '마법소녀'라고 불러야 할 샤이니 블루와 써니 옐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분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아름이가 돌아왔어!", "우리의 진심이, 우리의 사랑이 마침내 어둠을 이겨냈어!" 같은, 듣는 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데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대사를 외치면서.


 돌아오긴 개뿔. 나는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한아름'이라는 이 핑크색 설탕 덩어리 소녀였던 적이 없다.

내 이름은 강민준. 지극히 평범하고 약간은 시니컬한 성격의 남자 대학생이었다고.


 밤샘 과제와 팀플에 찌들고, 가끔 친구들과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거나 치맥을 즐기는 게 낙이었던, 그런 평범한 남자.

이 말도 안 되는, 온통 파스텔톤과 반짝이 효과, 그리고 유치찬란한 교훈으로 범벅된 세계에 '러블리 핑크'인지 뭔지로 강제 전송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눈앞이 흐릿하다. 방금 녀석들이 날린 우정 파워 풀 충전 필살기, '트윙클 레인보우 퍼니싱'의 후폭풍인가? 아니면 그냥 이 어이가 없는 상황에 대한 생리적인 거부 반응인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한 가지,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확실한 사실은, 나의 모든 계획이, 이 지긋지긋한 프릴 지옥에서 벗어나 원래 내 몸으로, 원래 내 세계로 돌아가려 했던 나의 처절하고도 눈물겨운, 그리고 수많은 자기혐오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그 모든 노력이, 완전히, 철저하게, 박살 났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바로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타락했던 친구를 구원했어요!'라는, 이 세계관 특유의 역겨운 '정화' 엔딩으로 말이다.


 빌어먹을. 차라리 소멸이었다면. 그래, 차라리 깨끗하게 소멸시켜 달라고 그렇게 속으로 빌었건만.


 내가 이 이 지긋지긋하고 달콤하며 역겨울 정도로 반짝이는 세계에 떨어진 지 벌써 몇 년이던가. 숫자를 세는 건 진작에 그만뒀다. 아니, 셀 수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려나.


 사자에상 시공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시간을 인지하는 감각마저 이 세계의 법칙에 침식당하는 기분이라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전히 불명. 무슨 이세계 트럭에 치인 클리셰도 아니고, 여신의 실수 같은 판타지 소설 도입부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숙취로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떴는데, 내 방의 익숙한 얼룩진 천장이 아니었다.


 낯선 핑크색 캐노피가 달린, 공주님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침대 위였고, 비틀거리며 다가간 거울 속에는… 아,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그 모습.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풍성한 분홍색 머리카락, 비정상적으로 크고 반짝이는 눈망울, 그리고 손목이라도 부러질 듯 가녀린, 누가 봐도 10대 초중반 여자아이의 몸. '나'는 사라지고, '한아름'이라는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현실을 인식하고 패닉에 빠질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창밖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불가사리인지 문어인지 정체 모를 괴물이 도시를 때려 부수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에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내 손에 웬 하트 모양 보석이 박힌, 보기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디자인의 요술봉 같은 것이 쥐어졌다. 동시에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마치 스피커처럼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어나세요, 사랑과 정의의 전사, 러블리 핑크!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80년대 아동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내레이션.

그 다음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자동 시퀀스였다.


 몸이 멋대로 창문을 박차고 뛰어내리며, 전혀 원하지 않는 대사를 외쳤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러블리 핑크! 변신!”


 내 속의 강민준이 아무리 절규해도, ‘한아름’의 몸은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움직였다. 온몸이 강렬한 핑크색 빛에 휩싸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프릴과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전투용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낯 뜨거운 코스튬으로 강제 환복. 그리고 이어지는,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어설픈 마법 공격.


 “핑크빛 사랑의 하트를 받아라, 뿅!”


 …그 순간, 나는 진심으로 죽고 싶었다. 아니, 죽여 달라고 빌었다.


 괴물은 어이없게도 그 유치찬란한 하트 빔을 맞고는 “꾸에엥~” 하는 바보 같은 단말마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시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마법소녀님!”

 “러블리 핑크 최고!”

 “우리의 영웅!”


 그 환호 속에서, 나는 차라리 괴물에게 잡아먹혔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절망했다.

이건 악몽이다. 그것도 아주 질 나쁘고, 잔인하고, 끈적거리는 핑크색 악몽.


 남자 강민준으로서 살아온 내 인생은 대체 어디로 증발해버린 것인가.

왜 하필 여자애 몸에, 그것도 온갖 정신 나간 제약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마법소녀’ 따위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처음 몇 달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혼돈과 공포, 그리고 사무치는 자기혐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이 세계의 도서관이란 도서관은 다 뒤져봤지만, ‘차원 이동’이나 ‘이세계’에 대한 기록은 동화책 속 판타지로나 취급될 뿐, 진지한 정보는 전무했다.


 ‘어른’이라는 작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아름아, 또 이상한 꿈을 꿨구나?”, “다른 세계라니, 재미있는 상상이네. 하지만 여긴 아주 평화롭고 좋은 곳이란다.” 같은, 내 속을 뒤집어 놓는 대답뿐이었다.


 인터넷? 스마트폰?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은 과학 기술 대신, 꿈, 희망, 사랑, 우정 같은 추상적인 감정들이 물리적인 힘을 가지고 현실을 구성하는, 문자 그대로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돌아갈 실마리? 애초에 그런 개념 자체가 이 세계의 시스템에 의해 필터링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포기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 여자애 몸으로, 이 ‘러블리 핑크’라는 역할에 영원히 갇혀 살 수는 없었다. 육체적인 부적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매달 겪어야 하는 생리 현상의 불쾌함은 둘째 치더라도, 남자의 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근력과 체력, 조금만 움직여도 가빠오는 숨,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애’로 대하는 시선과 태도들이 견딜 수 없이 역겨웠다.


 특히 샤워할 때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거울을 볼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이 낯선 몸뚱이는… 이건 내가 아니다.

절대로 내가 될 수 없다. 이 몸은 감옥이다.


 그러나 육체적인 고통과 이질감보다 나를 더욱 깊은 절망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것은, 바로 ‘마법소녀’라는 역할 그 자체에 내재된, 교묘하고도 폭력적인 정신적 제약이었다.


 이 세계의 마법소녀는 단순한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것은 선(善)의 화신이자 긍정 에너지 배터리로서 존재하도록 강제된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곤경에 처한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해서 달려든다.

길가에 쓰러진 할머니를 보면 반드시 부축해서 집까지 모셔다드려야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를 보면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해야 한다.


 심지어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 싫다고 징징대는 친구(박소라가 특히 심했다)를 보면 “힘내! 넌 할 수 있어!” 같은 격려의 말을 자동으로 내뱉게 된다.


 가장 끔찍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통제였다.

악당 앞에서 분노를 표출하거나,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 대해 욕설이라도 내뱉으려고 하면, 마치 목에 보이지 않는 필터라도 달린 것처럼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하지만 폭력은… 슬픔을 낳을 뿐이야!” 같은, 토 나올 것처럼 오글거리는 대사가 멋대로 튀어나왔다.


 심지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딴 세상 망해버려라’ 라거나 ‘저 재수 없는 괴물 놈, 아주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리고 싶다’ 같은 격렬한 분노나 증오를 품으려고 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거나 눈앞이 핑 돌면서 강제로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워!’, ‘모든 생명은 소중해!’ 같은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을 뒤덮어 버렸다.


 마치 내 뇌 속에 ‘마법소녀 검열 시스템’이라도 설치되어 있어서, 일정 수위 이상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은 자동으로 차단, 삭제, 혹은 강제 변환되는 것 같았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러블리 핑크’라는 이름의, 핑크색 감옥 안에 완벽하게 갇혀 있었다.

잘 짜인 각본 위의 인형처럼, 정해진 역할, 정해진 대사, 정해진 감정의 범주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도록 시스템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영원히 강민준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 시스템이 끊임없이 내 정신을 침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강민준’으로서의 기억, 사고방식, 감정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한아름’이라는, 이 세계가 요구하는 상냥하고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인격이 채워 넣으려는 듯한 느낌.


 잠을 자면 가끔 강민준으로서의 일상을 꿈꾸기도 했지만, 깨어나면 그 기억은 안개처럼 희미해지고, 대신 어젯밤 유나, 소라와 함께 먹었던 딸기 케이크의 달콤한 맛 같은, ‘한아름’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날들이 늘어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정말로 강민준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나는 이 껍데기와 완벽하게 동화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것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물론, 일말의 희망처럼 보이는 장치도 있었다. 괴물을 물리치거나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반짝이는 마음의 조각’.


 이걸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기적의 요정’이라는 존재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이지, 이가 갈릴 정도로 하기 싫었지만, 꾹 참고 마법소녀 활동에 매진했다.


 역겨운 변신 구호도 외치고, 오글거리는 필살기 이름도 외치면서 괴물들을 때려잡고, 온갖 종류의 선행(길 잃은 아이 찾아주기, 무거운 짐 들어주기, 하다못해 길거리 청소까지)을 닥치는 대로 하고 다녔다.


 그렇게 피눈물을 삼키며 조각을 모으고 또 모아, 마침내 소원을 빌 수 있는 개수를 채웠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발 이번만은 통하기를 바라며, 내 앞에 나타난 반딧불이 덩어리 같은 기적의 요정에게 빌었다.


 “제발, 나를 원래 세계로, 원래 내 몸으로 돌려보내 줘! 나는 강민준이란 말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요정은 그저 영롱하게 반짝거리며 대답했다.


 “어머, 아름다운 소원이네요! 하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드릴 수 없답니다. 당신은 이 세계의 희망이자 빛! 당신이 없으면 이 세계는 슬픔에 잠길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도 사랑과 정의를 위해 힘써주세요!”


 …엿이나 처먹어, 이 반딧불이 새끼야.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입 밖으로는 “아… 네… 알겠습니다…” 같은 힘없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스템의 제약 때문이었다.


 몇 번을 다시 빌어도 결과는 같았다.

‘세상의 영원한 평화’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 ‘맛있는 케이크가 매일 나오는 것’ 같은 소원은 고민하는 척이라도 하더니, 유독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내 소원만큼은 시스템적으로 원천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 세계의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거나, ‘마법소녀’라는 역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이기적’이고 ‘불순한’ 소원으로 간주되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선한’ 방법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빼앗겼다.

 

 ‘마법소녀 러블리 핑크’로 남아 있는 한, 나는 영원히 이 핑크빛 정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스템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착한 아이’ 역할만 강요당하고, 시스템이 강제하는 ‘긍정적인’ 감정 외에는 표현할 자유조차 없다.


 내 자아는 계속해서 침식당하고, 언젠가는 완전히 소멸하여 ‘한아름’이라는 인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뿐이었다.


 시스템의 반대편으로 가는 것.


 시스템이 거부하고, 배척하고, 궁극적으로는 ‘제거’하려는 존재가 되는 것.


 ‘악(惡)’이 되는 것이다.


 이 세계의 법칙은 지독할 정도로 명확하다.

마법소녀는 선(善)을 대표하며 언제나 승리한다. 악당은 악(惡)을 대표하며 언제나 패배한다.


 중요한 건 바로 이 ‘패배’와 그 결과다.

마법소녀에게 ‘패배’란 일시적인 좌절일 뿐, 결국에는 우정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고 더 강해져서 승리하는 발판이 된다. 하지만 악당은 다르다.


 악당의 패배는 종종 ‘소멸’ 혹은 ‘정화’로 이어진다.

‘정화’는… 하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방금 겪은 것처럼 다시 원래의 ‘착한 아이’로 강제 리셋되는 것이다. 이건 최악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정말로 강력하고 사악한 존재가 되어 이 세계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정도가 된다면?


 ‘정화’라는 어설픈 방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어둠에 물든다면?


 시스템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라는 ‘버그’를 ‘삭제’, 즉 ‘소멸’시키려 하지 않을까?


 ‘한아름’이라는 몸과 인격은 어차피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오기 전의 ‘진짜 한아름’이 있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어쩌면 이 시스템이 나, 강민준이라는 이물질을 가두기 위해 급조해낸 껍데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껍데기가 소멸한다고 해도, 그 안에 갇혀 있던 ‘강민준’의 의식, 나의 영혼은 해방되어 원래 세계로 튕겨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래야만 했다. 이것 말고는 나를 침식해오는 이 끔찍한 세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 미친 꼭두각시 인형의 삶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는 건 알지만, 이 핑크빛 지옥에서 서서히 정신이 녹아내려 ‘한아름’이라는 인형으로 변해 가느니, 차라리 모든 것을 걸고 이 도박에 뛰어드는 편이 백 배, 천 배 나았다.


 그날 이후, 나의 은밀하고도 처절한, 그리고 뒤틀릴 대로 뒤틀린 계획이 시작되었다.


 나는 겉으로는 여전히 상냥하고, 정의롭고, 약간은 어설프지만 누구보다 친구를 아끼는 마법소녀 ‘러블리 핑크’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샤이니 블루 최유나, 써니 옐로 박소라와 함께 다니며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멍청한 괴물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돕고, 때로는 여자애들끼리 꺄꺄거리며 쇼핑몰을 돌아다니거나 파자마 파티 같은 걸 하며 우정을 다졌다.


 유나와 소라. 녀석들은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순수하고 착했다.

이 세계의 법칙에 대한 의심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었고, 진심으로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돕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자 기쁨으로 여겼다.


  그런 녀석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는 녀석들을 배신하고 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말해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아직 마모되지 않은 강민준으로서의 양심 따위가 아니다. 이 죄책감마저도, 내 정신을 갉아먹는 이 세계의 ‘긍정 강요’ 시스템의 일부.

나는 녀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강민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 짓을 해야만 했다.


 미안하다. 그런데 나는 살아야겠다. 원래의 나로 돌아가서.


 나는 틈틈이, 아주 은밀하게 이 세계의 ‘악’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법소녀들이 물리치는 괴물들의 근원, 그들을 조종하는 배후 세력, 그리고 그들의 힘의 원천인 ‘어둠의 에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세계의 악당들은 하나같이 지능 수준이 낮고 자기 과시욕이 강해서 정보를 캐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놈들의 아지트는 대부분 ‘나는 악당이다!’라고 광고라도 하듯 음침한 고성이나 버려진 유원지 같은 곳에 있었고, 보안이라고는 없는 수준이었다.


 마법소녀로서의 능력—잠입이나 탐색에 특화된 기술은 없었지만, 기본적인 신체 능력 향상과 약간의 마법 감지 능력—을 살짝 이용하니, 놈들의 아지트에 잠입해서 ‘어둠의 에너지’에 대한 자료나 샘플을 훔쳐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습지는 않았다. 나만큼은 웃어서는 안 된다. 으드득 이가 갈렸다.


 진짜 문제는 그 ‘어둠의 에너지’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마법소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어둠의 에너지를 격렬하게 거부했다.


 처음 샘플에 손을 댔을 때는 마치 강력한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온몸이 마비되고 숨을 쉴 수 없었다.

피부에는 검붉은 반점이 돋아났고, 속에서는 역한 것이 계속 올라왔다. 정신적으로는 더욱 끔찍했다. 어둠의 에너지가 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마다, 내 안의 ‘러블리 핑크 시스템’이 비상 경보를 울리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머릿속에서는 ‘안 돼! 거부해야 해! 이것은 사악한 힘이야!’라는 경고 메시지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동시에 시스템은 강제로 유나와 소라의 웃는 얼굴, 내가 사람들을 도왔을 때의 뿌듯했던 (척했던) 기억 같은 것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며 나를 ‘선한 길’로 되돌리려 했다.


 어둠의 에너지 자체의 파괴적인 속성과 시스템의 강제적인 ‘선(善) 주입’이 충돌하면서, 내 정신은 말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매일 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확보해둔 어둠의 에너지가 응축된 결정체(쓰러뜨린 악당 간부에게서 슬쩍한 전리품이었다)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정말 눈곱만큼씩 그 에너지를 내 몸에 주입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손끝만 살짝 대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기 일쑤였다.

토하고, 쓰러지고, 발작하고, 깨어나면 다시 시도하고. 마치 극약을 조금씩 먹으며 내성을 기르듯이, 나는 필사적으로 어둠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안의 ‘러블리 핑크 시스템’과도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했다.

어둠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려는 나의 의지와, 그것을 거부하고 나를 ‘정상적인’ 마법소녀로 되돌리려는 시스템의 의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때로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너는 사랑과 정의의 사도 러블리 핑크다!’라는 메시지가 뇌리에 강제로 각인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때로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환상에 빠져들어 어둠을 향한 의지를 잃을 뻔하기도 했다.


 어둠의 에너지를 받아들일수록, ‘강민준’으로서의 분노와 절망은 커져갔지만, 동시에 ‘한아름’으로서의 죄책감과 슬픔 또한 강요당하는, 끔찍한 정신 분열 상태를 경험해야 했다.


 내가 나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 아니, ‘한아름’이라는 시스템에 잠식당해가는 ‘강민준’이 벌이는 처절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체감상으로는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은 끔찍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나는 마침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어둠의 에너지를 흡수해도 예전처럼 즉각적으로 정신을 잃거나 발작하지는 않게 되었고, 내 의지로 어느 정도 그 힘을 제어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가끔씩, 특히 감정이 격해지거나 방심하면 시스템의 방해 공작이 불쑥 튀어나왔다.

예를 들어, 사악한 대사를 내뱉으려는데 “흥, 어둠의 힘 앞에 무릎 꿇… 으면 안 되지만, 각오는 하는 게 좋을걸!” 같은 어정쩡한 말이 튀어나온다거나, 분명히 시커먼 어둠의 오라를 내뿜고 있는데 그 안에 반짝이는 핑크색 하트 이펙트가 섞여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부작용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이 정도면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내 정신이 먼저 완전히 침식당할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단계, 화려한 ‘배신’의 무대를 연출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타이밍을 노렸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악의 조직 간부가 나타났을 때, 나는 일부러 녀석 앞에서 처절하게 고전하는 척 연기했다. 유나와 소라가 결정적인 위험에 처한 순간, 나는 마치 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안 돼…! 너희만은… 너희를 지킬 수만 있다면…! 나는… 이 금단의 힘을 쓰는 수밖에 없어…!”


 물론 전부 다 계산된 연기였다. 속으로는 ‘오케이, 이제 쇼타임이다!’를 외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비장하고 고뇌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고농축 어둠의 에너지 결정체를 꺼내 들고 마치 그것에 홀린 것처럼 행동했다.


 “아름아, 안 돼! 그건 너무 위험해!”

 “제발 정신 차려!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유나와 소라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으며 말렸지만, 나는 “미안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는 듣지 않는 척하며 결정체를 내 가슴팍에 꽂아 넣었다.


 엄청난 어둠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척’ 했고,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척’ 했다.

물론 실제로도 상당한 고통이 따랐지만, 그동안의 끔찍한 훈련에 비하면 견딜 만했다. 중요한 것은 이 ‘타락’의 과정을 녀석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침내 내 몸을 감싸던 눈부신 핑크빛 오라가 불길하고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거추장스럽던 프릴 드레스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검은 갑주로, 귀엽기만 하던 마법봉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낫으로 변형되었다.


 눈동자 색도 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변했고, 목소리 톤도 일부러 낮고 차갑게 조절했다.


 그래, 이 정도면 제법 그럴싸한 악의 여왕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섀도우 퀸 데스파리아’라는, 최대한 중2병스럽고 사악해 보이는 이름을 붙였다.


 아, 진짜 미치겠다. 내 입으로 저 이름을 말해야 한다니.


 남성, 강민준, 현직 이세계 악의 여왕 코스프레 중. 이게 대체 무슨 지랄 맞은 인생이란 말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세계의 네이밍 센스가 다 이 모양인 것을. 최대한 이 세계관의 법칙에 맞춰줘야 성공 확률이 높아질 터였다.


 “아름아! 안 돼! 정신 차려! 어둠에 먹히면 안 돼!”

 “우리가 있잖아! 네 곁에는 우리가 있단 말이야! 제발 돌아와 줘!”


 유나와 소라는 충격과 슬픔에 빠져 울부짖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그녀들의 눈에는 나를 잃었다는 절망감과 함께, 어떻게든 나를 되찾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완벽한 반응이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나를 적으로 인식해줘! 나를 더 이상 ‘구해야 할 친구’가 아니라, 너희가 마땅히 ‘쓰러뜨려야 할 악’으로 봐 달라고!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나를 ‘정화’ 같은 어설픈 방법으로 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힘껏, 존나 세게 때려서 이 빌어먹을 껍데기와 함께 ‘소멸’시켜줘!


 나는 연습한 대로 최대한 사악하고 오만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미리 수십 번이나 연습했던 악당 전용 대사를 읊조렸다.


 “흥, 어리석은 것들. 이제 와서 우는 소리를 해도 소용없다. 진정한 힘은 바로 이 어둠 속에 있었거늘! 너희 같은 빛의 꼭두각시들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겠지! 나는 더 이상 너희가 알던 한아름이 아니다. 나는 섀도우 퀸 데스파리아! 이 세계를 나의 어둠으로 물들일 존재다!”


 아, 제길.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다. 이 대사를 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기혐오와 싸워야 했던가.


 나는 일단 그 자리에서 녀석들을 압도적인 힘으로(물론, 너무 심하게 다치지 않도록 적당히 힘 조절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제압하고, 도시 전체에 강력한 어둠의 결계를 쳤다. 그리고 그동안 몰래 만들어 두었던 어둠의 괴물들—기존의 멍청한 괴물들과는 달리 제법 위협적인 외형을 가졌지만, 실제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게 조절한—을 도시 곳곳에 풀어놓았다.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마법소녀들이 나를 ‘최종 보스’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괴물들에게는 절대로 사람을 죽이거나 심각하게 해치지는 말라고 엄중히 명령해두었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마법소녀들에게 ‘극적인 패배’를 당하는 것이지, 진짜로 이 세계를 파괴하거나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섀도우 퀸 데스파리아’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내 안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러블리 핑크 시스템’의 잔재 때문인지, 진심으로 누군가를 해치거나 파괴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여전히 힘들었다.


 젠장할. 악당이 됐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이러다 정말 제대로 패배할 수나 있을까?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 계획은 표면적으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도시는 어둠의 결계와 괴물들로 인해 혼란에 빠졌고,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유나와 소라는 필사적으로 괴물들과 싸우며 시민들을 지키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눈에 띄게 성장해 나가는 듯 보였다.


 나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빌딩 옥상에 마련한 임시 ‘마왕성’(이라고 해봤자 그냥 옥상에 검은 천 몇 개 둘러놓고 어둠의 에너지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 게 전부지만)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지막 결전을 기다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 길고 지긋지긋했던 타향살이, 아니, 이세계 강제 코스프레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

원래의 나, 강민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생각만 하면 미친 듯이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사악하고 냉정한 표정을 유지해야 했다. 악당은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함부로 웃지 않는 법이다. 적어도 내가 본 만화에서는 그랬다.


 마침내, 예상대로 유나와 소라가 내 앞에 나타났다.


 며칠 사이에 꽤나 지치고 상처 입은 모습이었지만, 그녀들의 눈빛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인하고 결연해져 있었다.

더 이상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타락한 친구를 반드시 구하겠다는 굳은 결의와 함께, 악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정의의 불꽃 같은 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아, 잠깐. ‘구하겠다’는 의지? 설마… 아니겠지. 녀석들이 설마 나를 ‘정화’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은 건 아니겠지?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제발 아니어야 한다. 제발 나를 그냥 ‘적’으로만 봐줘!


 나는 애써 속으로 들끓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최대한 오만하고 경멸적인 표정을 지었다.


 “호오, 제법이군. 여기까지 기어올라올 줄이야. 하지만 너희의 하찮은 발버둥도 여기까지다. 진정한 절망과 어둠의 힘이 무엇인지, 그 여린 몸뚱이에 똑똑히 새겨주마!”


 거대한 낫을 고쳐 잡고, 최대한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최종 전투는 예상보다 훨씬 격렬했다. 유나와 소라는 그동안의 시련을 통해 정말로 눈부시게 성장해 있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강력한 연계 기술을 사용했고, 각자의 마법 능력도 한 단계 더 각성한 듯 보였다.


 나는 속으로 ‘오오, 제법인데?’ 하고 감탄하면서도, 겉으로는 “흥, 겨우 이 정도냐?” 라며 여유로운 척 녀석들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물론, 계획대로라면 내가 져야 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일부러 빈틈을 보이거나, 공격의 궤도를 살짝 비틀어 빗나가게 하는 등의 ‘져주기 플레이’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어둠의 힘 자체는 강력했지만, 동시에 내 안의 빌어먹을 ‘마법소녀 시스템’이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녀석들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완벽한 찬스가 왔는데도,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공격이 멈칫하거나, “크윽…! 이… 이 정도 힘이면 너희가 너무 다칠지도…!” 같은, 악의 여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기도 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러다가는 패배는커녕, 어설픈 삼류 악당 연기만 하다가 어영부영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녀석들의 눈빛은 점점 더 ‘친구를 구하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안 되겠다. 더 이상 끌었다가는 정말 ‘정화’ 엔딩으로 직행할지도 모른다.


 나는 더 이상 어설픈 연기나 힘 조절은 집어치우고, 내 안의 어둠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섀도우 퀸 데스파리아’로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사악해 보이며, 그리고 가장 ‘정화’되기 어려울 것 같은 필살기. 이름하여 ‘이터널 나이트메어 보이드’.


 이 기술이라면 녀석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고(물론 죽지 않을 정도로 마지막 순간에 위력을 살짝 조절할 생각이었다), 동시에 이 정도의 농축된 어둠의 힘이라면, 녀석들의 반격기인 ‘트윙클 레인보우 퍼니싱’을 맞았을 때 ‘정화’가 아니라 ‘소멸’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크하하하! 이제 진짜 장난은 끝이다! 너희의 하찮은 빛 따위, 나의 영원한 어둠 속으로 전부 집어삼켜주마! 사라져라! 이터널 나이트메어 보이드!!”


 나는 온 힘을 다해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검붉은 색의,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사악하고 불길한 기운이 넘실대는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유나와 소라를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갔다.


 제발, 이걸 맞고 쓰러져 줘! 그리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나를 소멸시켜 달란 말이다! 하지만… 젠장! 또냐! 왜! 도대체 왜!! 그 지옥의 심연에서나 나올 법한 검붉은 에너지 파동 속에서, 그 빌어먹을 반짝이는 핑크색 하트 모양 가루 같은 게 또 섞여 나오는 건데! 이것 때문에 필살기의 위력이 눈에 띄게 반감된 것 같잖아! 망할 놈의 시스템 오류! 아니면 이것조차 ‘러블리 핑크’의 잔재가 일으키는 최후의 발악이란 말인가! 아아, 정말이지 끝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이 빌어먹을 세계는!


 “크윽…!”

 “아직… 아직이야! 우리는 포기할 수 없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핑크색 가루 덕분인지 뭔지, 유나와 소라는 내 필살기를 간신히, 정말 간신히 막아냈다. 그녀들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고 서로를 부축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녀석들의 눈빛은 이제 단순히 친구를 구하겠다는 것을 넘어, 세상을 지키겠다는 성스러운 사명감마저 띠고 있었다. 둘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고, 그녀들의 몸에서 눈이 멀어버릴 듯이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온 우주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랑과 희망을 한데 모아 응축시킨 듯한, 눈부시고 따뜻한 빛이었다. 아아, 저 빛… 저것만큼은 정말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진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아!” (유나)

 “아름이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니까! 반드시 되찾을 거야!” (소라)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유나)

 “어둠을 물리치고 희망찬 내일을 열겠어요!” (소라)

 “트윙클 레인보우 퍼니싱!!” (함께)


 일곱 빛깔 무지개 광선. 이 세계관 최강의 정화 기술이자, 모든 악을 소멸시키거나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는 궁극의 필살기. 마침내 그 최종 병기가, 엄청난 기세로 나를 향해 발사되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안의 시스템이 마지막 순간에 또다시 내 몸의 제어권을 빼앗아, 그 빛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려 그 무지갯빛 급류를 정면으로 맞이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전율하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이번에야말로 성공해야 한다. 나를 이 빌어먹을 핑크빛 감옥에서 ‘배제’시켜줘. ‘소멸’시켜줘. 이 지긋지긋한 역할 놀이를 끝내게 해달란 말이다!


 엄청난 빛과 열기, 그리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폭력적일 정도로 따뜻하고 간질거리며 영혼까지 정화될 것 같은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의식이 급속도로 희미해져 갔다. 어둠의 힘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고, 갑주가 부서져 내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성공인가? 드디어 끝나는 건가? 강민준으로서의 내 삶이 다시 시작되는 건가?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마지막 순간, 나는 희미하게 웃었던 것 같다. 드디어… 해방… 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얼마나 깊고 어두운, 혹은 밝고 따뜻한 잠에 빠져 있었던 걸까.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납덩이처럼 무겁게 감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안도와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유나와 소라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혐오하고 증오했던 바로 그 옷. 검붉고 날카로운 악의 갑주가 아니라, 하늘하늘거리는 핑크색 프릴과 리본이 치렁치렁 달린, ‘러블리 핑크’의 전투복이었다.


 …하.

 하하하.

 아니.

 장난하나?


 “아름아! 드디어 정신이 드는구나! 정말 다행이야!”

 “흑… 흐윽… 정말 걱정했다구! 다시는… 다시는 우리 곁을 떠나지 마!”


 유나와 소라는 와락 나를 부둥켜안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들의 따뜻한 체온과, 진심 어린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 내 어깨를 적셨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머릿속은 마치 강력한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에 의해 모든 것이 포맷되고 초기화된 것처럼 하얗게 비어 있었다.


 ‘트윙클 레인보우 퍼니싱’. 그 궁극의 정화 기술은, 내가 필사적으로 끌어모았던 어둠의 힘과 ‘섀도우 퀸 데스파리아’라는 악당의 껍데기만을 정확하게 소멸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더욱 강력해진 ‘러블리 핑크’의 시스템을 재설치했다.


 나를 소멸시키기는커녕,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이 세계에 더욱 단단히 옭아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정화’라는 이름의, 잔혹하기 짝이 없는 강제적인 시스템 업데이트이자, 영원한 감금 선고.


 내 모든 노력. 어둠의 힘을 익히기 위해 견뎌냈던 그 지옥 같은 고통과 정신적 침식. 동료들을 속여야 했던 죄책감과 자기혐오.


 악당 연기를 하며 느꼈던 수치심과 자괴감. 그리고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걸었던 처절한 희망.


 그 모든 것이, 단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아니, 물거품만도 못하게 되었다. 악당이 되어 ‘패배’함으로써 시스템에서 탈출하려 했던 나의 마지막 발악은, 결국 이 세계의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법칙, ‘마법소녀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반드시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승리하며, 타락한 친구마저 구원하여 모두 함께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는 그 빌어먹을 법칙 앞에서 처참하게, 완벽하게 패배했다.


 나는 시스템을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결국 시스템 안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갱생 프로그램’ 풀코스를, 그것도 VIP 대우를 받으며 체험했을 뿐이다. 그것도 내 영혼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말이다.


 하늘에는 여전히 역겨울 정도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 있고, 지상에서는 사람들이 마법소녀들의 위대한 승리와 ‘어둠의 유혹을 이겨내고 돌아온 친구’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유나와 소라는 이제 ‘정신을 차린’ 나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앞으로 나를 더욱 극진히 보살피고 감싸주려 하겠지. 마치 큰 병을 앓고 난, 혹은 위험한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온 친구를 대하듯이, 끊임없이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긍정적인 말만 속삭여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더 최악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한아름’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강민준’이고,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악당이 되어 패배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기는 했던가? 그것마저 실패하고, 오히려 시스템에 대한 나의 ‘위험도’만 높여 감시와 통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한 지금, 나에게 남은 선택지가 있기는 한가? 아니, 애초에 나에게 ‘선택’이라는 자유 의지가 허락되기는 하는 건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은 여전히 하얗게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아’ 같은, 내가 원하지 않는 긍정적인 생각들이 강제로 떠오르려고 해서 미칠 것 같다.


 가슴 속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하면서도, 동시에 유나와 소라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 같은 감정이 멋대로 피어오르려고 한다. 안 돼. 이건 내가 아니야. 이건 시스템이 강요하는 감정이야. 나는… 나는 강민준이란 말이다…!


 하지만 나의 저항은 너무나 미약하다. 방금 전의 ‘정화’ 과정에서 시스템은 더욱 강화된 것 같다. 이제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리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눈앞이 캄캄하다. 마치 엔딩 크레딧조차 올라가지 않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배드 엔딩. 그것도 나 홀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영원히 고통받지만, 나머지 모든 등장인물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런 잔인하고 악질적인 배드 엔딩 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것만 같다.


 젠장.

진짜 망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완벽하게, 그리고 영원히.


 …이제 뭘 해야 하지? 내일 아침, 또다시 이 핑크색 캐노피 침대에서 눈을 뜨고, 유나와 소라의 걱정과 애정이 듬뿍 담긴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또다시 괴물이 나타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밝고 명랑하게 “러블리 핑크! 변신!”을 외치고, 핑크빛 하트 빔을 날려야 하는 건가? 영원히? 나의 자아가 완전히 마모되어 사라질 때까지?


 아아. 차라리 ‘섀도우 퀸 데스파리아’인 채로 소멸당하는 편이 백 배는 더 행복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때는…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강민준으로서의 분노를 표출할 수라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불가능하다. 나는 ‘정화’되었고, ‘구원’받았으며, 다시 ‘착한 아이’로 돌아왔다. 이 세계의 모든 이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나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행복한 엔딩. 그것이 바로 나에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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