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 기지 관제병 이도윤 중사의 하루

06:00.

활주로가 깨어나는 시간. 관제탑에서 본 평택기지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작동한다. 오늘은 비행훈련 다발일. 출격 대기기만 12대. 나는 ATC(항공교통관제) 담당으로서 전장의 하늘 길을 열고, 닫는 사람이다.

07:30.

브리핑 후 관제탑 진입. 첫 임무는 KF-21 FA 출격 지원. Runway 14L 사용, 풍속 12kt, 시정 15km. “이도윤 중사, 고도 설정 15,000ft, 장비 점검 완료되었습니다.” 교신을 체크하며 작전구역별 이착륙 간격 조율. 비행기는 공군의 칼, 관제는 그 칼을 정확히 휘두르게 하는 손이다.

11:00.

2차 훈련 파트. 이번엔 무인기 2대, 수송기 1대가 동시에 진입. 상공 충돌방지 시스템 연동 체크. 이륙시간 간격 4분 미만이면 사고 위험 수직 상승. 계산은 자동이지만 결정은 내 손끝에서 나간다. 모든 교신은 영어로 진행. 하늘에선 한 치 오차가 곧 사람 목숨이다.

14:00.

짧은 식사 후 바로 전술훈련지원. 적기 대응 가상 훈련이 시작된다. 모의 적기 편대가 서해 상공 진입. 실시간 항적 분석, 차단요격 지시, 초계기 공역 배정까지 모두 3분 내 결정. 오늘만 16차례의 가상 상황. 관제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조율하는 브레인이다.

19:00.

비행 종료 후 타워 회의. 오늘 발생한 통신지연 1건, 착륙 간섭 2건, 교신 누락은 다행히 0건. 관제병의 세계엔 "실수는 학습이 아닌, 기록이다." 회의 후 나는 야간 훈련 항로 미리 시뮬레이션 한다. 만약 내일 기상 악화 시, 착륙 우회 항로를 어떻게 짤지, 비상 착륙시 인근 민항과 충돌은 없는지.

23:30.

하루를 마감하는 로그 기록. 오늘 내 손에서 이착륙한 기체 수: 41기. 전투기 23, 수송기 8, 무인기 10. 하늘에 올라간 시간만큼, 내 눈은 깨어 있어야 한다.

“공군은 빠르다. 그리고 정확해야 한다. 우리는 하늘의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