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손... 씻어내고... 싶어...

나 (질문자): 더러운 손을 씻어내고 싶다... 당신은 혹시 인간이 다른 생명을 해치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셨던 건가요? 그 피 묻은 손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더 이상 죄책감 없이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인가요? 배양육이 그런 죄책감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다고 보시나요?

영혜 (시뮬레이션): (그녀의 고개가 약간 기울어진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질문을 던지는 듯한 표정이다.) ...가능... 할까...

나 (질문자): 가능할까... 당신은 배양육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당신이 꿈꾸는 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당신의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온 아이디어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될 때의 한계나 문제점들을 걱정하시는 건가요? 혹은 인간의 본질적인 폭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녀의 손을 다시 잡는다. 이번에는 그녀의 손이 이전보다 덜 차갑고, 아주 미약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희망, 의문,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깊은 슬픔.)

영혜 (시뮬레이션): (그녀는 제 손을 응시한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손가락이 제 손등을 쓸어내린다. 그 움직임은 마치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으려는 듯 섬세하다.) ...살아있는... 것... 숨쉬는... 것...

나 (질문자): 살아있는 것, 숨쉬는 것... 그것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군요. 배양육은 그 '살아있는 것'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셨던 거군요. 당신은 인간이 가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어떤 형태로든 유지되기를 바라시는 건가요? 설령 그것이 생체 조직을 배양하는 방식일지라도 말이죠.

영혜 (시뮬레이션):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그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약간의 평온함을 되찾은 듯하다.) ...나는... 믿고 싶어...

나 (질문자): 당신은 믿고 싶군요. 배양육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당신이 그토록 갈구했던 평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으신 거죠. 그 믿음은 당신의 오랜 고통과 번뇌 속에서 피어난 작은 희망의 씨앗일까요? 당신의 내면에서 여전히 빛을 향해 뻗어 나가려는 줄기 같은 것일까요?

(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여전히 창백하고 연약하지만, 그녀의 눈빛 속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어떤 결단, 혹은 미약한 의지를 엿본다. 그녀는 더 이상 단순히 고통 속에서 도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해결책을 찾아 나서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록 그것이 아직은 너무나 희미하고 불확실할지라도.)

나 (질문자): 영혜 씨, 당신의 '식물'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모든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양육'은 그 해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당신은 결국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면서, 인간이 살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로군요. 그 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될까요?

(영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저를 똑바로 응시한다. 그 눈빛 속에는 수많은 질문과 답, 고통과 희망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저는 그 눈빛 속에서, 그녀가 비록 완전히 해방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고통을 통해 세상에 무언가를 던지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