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창원대를 졸업하고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이모(29·창원대 대방동) 씨는 지난 22일 인터넷을 통해 국가공무원시험 관련 서적을 처분했다. 앞으로 5년간 매년 1% 이상의 공무원 수를 줄인다는 내용의 \'공무원 감축방안\'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이 씨는 공무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22일자 5면 보도>

이 씨는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합격문이 너무 좁다는 걸 알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숫자를 줄인다면 제일 먼저 신규채용에 손댈 텐데 일찌감치 접고 취업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대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일반기업에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공무원 준비생이 많은데, 이번 감축방안 소식에 다들 술렁이고 있다"며 "주변에 창원공단 쪽 중소기업 자리를 알아보려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창원대 졸업 후 3년째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김모(30·마산시 합성동) 씨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을 접겠다고 했다. 김 씨는 "방학 때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틈틈이 공부도 하고, 유명한 동영상 강의를 빠짐없이 들었는데도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 계속 떨어졌다"며 "공무원 수를 줄인다면 더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올해까지만 하고 학원 강사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행정자치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공무원 감축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도내 공무원 준비생(이른바 \'공시족\') 중 공무원의 꿈을 접는 이가 늘고 있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공무원의 꿈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공시족\'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공시족\'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짐은 설문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취업포털 커리어(career.co.kr)가 지난 19~21일 사흘간 415명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대상으로 \'공무원 감축방안에 따른 공무원시험 포기 의사가 있는가?\'란 질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34.2%가 그렇다고 답했다. 수험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의 꿈을 접을 의향이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72.5%가 \'공무원 취업 문이 더 좁아질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조직개편 단행이 앞으로 어떻게 결정될지 혼란스러워서\'(47.9%), \'앞으로 공무원도 안정적인 직업이 아닐 것 같아서\'(40.1%), \'적성에 맞지 않아서\'(31.0%), \'주변의 권유로\'(4.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74.6%는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공무원의 신규 채용이 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마산의 ㅇ공무원고시학원 관계자는 "우려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감축방안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면서도 "하지만 공무원 감축이 현실화돼 신규채용이 준다면 기존 준비생 중 시험을 접거나, 혹은 애초부터 공무원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