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XX기로 항공급유반에서 생활했던 화석인데 간혹가다 특차, 급유차에 대한 얘기들이 보여서 이미 특차를 받았거나 급유차 특기를 받고 망연자실 하고있는 후배들에게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기반으로 급유반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 해주려 합니다. 본문부턴 편하게 음슴체로 쓸게요

일단 특기교육도 5주로 가장 길어서 쓰러져가는 군수2교에서 짱차와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는 특기임. 난 명절연휴가 중간에 걸려서 5주좀 넘게 있었음. 물론 후반부 가면 조교들도 좀 풀어주고 적응의 동물인 인간답게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지냈음. 특수차량운전에서 세부특기 정할때 기훈단 성적이 중요하니깐 기훈단에서 열심히 하는게 좋음.

아무리 급유차가 헬만 가득한 특기라지만 비전투비행단, 사이트 등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있으니깐 좋은 자대라도 가려면 결국 기훈단 성적이 중요함. 비행단에 가서 소방으로 빠지려면 운도 중요하고.. 내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자대 정할땐 내 집과의 거리보다 그 부대가 운용하는 기종, 부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11비, 20비, 19비처럼 잘 알려진 헬비행단은 무조건 피해라.. 걸렸으면 어떻게든 소방 TO가 있길 바라고 그것도 아니라면 뭐.. 받아들여야지(내가 그랬다...)

내가 있었던 부대 기준으로 이동배식을 했는데 식판은 개인이 설거지 하는데 밥통, 국통, 반찬통들은 막내 라인들이 설거지를 했음. 특히 맛있는 메뉴 나오는날은 음식 미리 덜어놓고 선임들이 다 먹기전에 음식이 부족해지는 불상사가 없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했고 지금도 그렇게 신송을 할거임. 이외에도 짬통 비우러 가거나 타이어 교환, 품질실험 보조로 드레인, 급유차 경유수령 등 기타 잡일들을 많이 할거임. 특히 품질실험 보조때 급유차 PTO 키고 서클링 돌리는걸 해야할때도 있는데 급유차 제조사별로 방법이 달라서 잘 보고 배우는게 중요함.

첫 근무는 운전자, 선임보조자, 보조자 셋이 3인배차로 들어갈텐데 3인배차는 보통 하루에 쳐내야할 통수가 많은 막내라인에 붙여주는데 이건 무슨 뜻이다? 조출, 야비까지 있는날엔 생활관을 가장 먼저 나서고 가장 늦게 돌아오게 될거라는 뜻이다~ 몸은 힘들텐데 여기서 일 확실히 배우고 잘하는 이미지로 보여지면 나중에는 무조건 편해짐. 쫄차 타는 시기에 ORE, ORI 걸리면 하루 소티가 세자릿수에 근접하는 정신나간 상황을 마주할텐데 이게 ㄹㅇ 진국이다. 차 1대를 꽉채워서 가도 보통 2대 넣으면 끝나고 2TF 넣으면 1대만 넣고 다시 POL 불출받아서 다음 근무 가야하는데 알래스카라도 간다? 1대에 5,000갤런이 넘게 들어가는 광경을 보게 될거임. 물론 이건 비행단마다 상이하고 F-5나 작은 비행기들은 작은만큼 조금만 먹음.

+ 엘리펀트 워크라도 한다? 이날은 라인특기 전체가 파티임

그리고 보조자로 일하면서 제일 중요한건 무전기로 근무가 나오는데 이걸 잘 들어야함.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무전기 상태들이 대부분 좋지않아서 옆에서 GTG 돌아가는 와중에 컨택 받으려면 학창시절 했던 영어 듣기평가를 다시 치는 기분이 들거임. 그래도 점점 짬도 차고 후임들도 많이 들어와서 식당일 하번하면 확실히 편해지긴 하는데 그때까지만 견디면 어찌저찌 적응될거다

상병달고 운전교육 받아서 운전자 상번하면 다시 막내라인으로 내려가서 올라오는걸 반복하는데 보조자로 타는것보단 훨씬 편함.

급유반은 아라트에서 스크램블 뜨면 바로 달려가야 하기에 라인내에서 생활하는 비상대기조가 있는데 일과후나 휴일 스크램블, 주말 아라트, 산불 발생시 산불 진화헬기들 급유, 미군 항공기들 급유, 육군항공대 급유차 뻗으면 육군항공대 헬기급유 등 쉬는날에도 일 해야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힘든데 그만큼 시간외근무 가점은 달달하게 땡길 수 있음.

요즘은 모르겠는데 기름을 많이 먹는 항공기고 POL 불출도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케줄이 타이트하거나 불출시설에 문제 생겨서 근무 들어가는게 늦어지면 왜 안오냐고 재촉 들어오는데 늦어지는 이유를 다 설명 해줘도 심한경우엔 배차병한테 쌍욕박는 진행관도 본적있음. 그리고 급유차 불러놓고 이글루에 들어갔는데 무장작업 먼저 한다고 10분이면 끝날일을 몇십분씩 딜레이되서 근무순서 꼬일때도 많음. 항공급유반장이 보통 짬낮은 상사들인데 원사급이 널린 정비중대보다 서열이 낮아서 라인내 최고의 욕받이를 담당하고 있음. 부대 내에서만 치이느냐? 산불 났을때 급유협약도 안맺은 기관에서 와서 다짜고짜 기름 달라길래 원칙상 계약을 한 기관들의 소속 항공기만 급유지원이 가능하다니깐 언론에 제보해도 너네 괜찮겠냐며 협박하는 돌I들도 있었는데 이런 골치아픈 일들을 겪을때도 있음.

물론 여름에 들어가서 잠시 대기할때면 이글루 안에 이동식 에어컨 앞에서 바람좀 쐬라면서 친절하게 대해주고 존댓말까지 써주고 무장보다 급유 먼저 들어갈 수 있게 배려해주는 기장, 기부님들도 많음. 특히 파입부대들 근무 가면 여름에 시원한 물이나 음료수까지 주시는데 이런분들이 참 고맙더라.

근무환경이 참 쉽지않은 급유반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시간 오래걸리면 허락 구해서 비행기 안도 한번 구경해보고 짧은 영어실력으로 미군들이랑 대화도 하면서 놀고 낭만이라 할만한것들을 찾아서 해보면 '그나마' 소소한 재미를 느낄수가 있을거임. 전역후엔 99%의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1%의 좋은 기억들만 남는다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름 낭만이라고 할만한것들도 좀 있음. 이왕 하는거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하는것보단 소소한 낭만을 찾아가면서 하면 조금은 낫더라.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 정리해줄게. 혹시나 빠졌거나 더 궁금한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면 설명 해줄게

1. 급유차는 피할수있으면 피해라, 피할수 없어도 피해라
2. 피하지 못했다면 레이더 사이트, 비전투 비행단으로 가라
3. 전투비행단을 받았다? 소방 TO가 있길 기도해라
4. 항공기 엔진 후류, 민항기 조심, F.O 안만들게 소지품 조심!
5. 급유말고 배유를 하는 Defueling 근무자들도 있는데 이게 비와서 비행 캔슬만 안되면 나름 꿀이다
6. 조그마한 낭만이라도 찾으면서 생활해라



지금도 급유반에서 열심히 군생활 하면서 전역을 기다리는 병사분들 결국 전역날은 옵니다. 전역날이 올때까지 건강 잘 챙기고 특히 여름.. 잘 보내시고 몸 건강히 전역하십쇼! 라인 특기가 힘들지만 결국 전투기는 기름을 넣어줘야 뜨고 토잉, 무장을 해줘야 작전이 가능합니다. 남은 기간동안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