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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45일차 - 폼페이, 포지타노, 에도아르도 인푸치나.
새벽 4시 20분이 깼다. 오늘 투어는 6시까지 집합이라 일찍 가야했다. 아침에 샤워하려고 거울 보는데 순례 중 쑥 들어갔던 아랫배가 다시 좀 나왔더라. 맛 없으면 먹질 말아야 하는데 아깝다고 계속 먹은 결과인 듯. 순례 중 먹던 맛이 아니다. 느낌이 달라. 왜지? 그 땐 힘들고 아프고 그럴 때 먹어서 맛있었나. 아니면 간 안된 바게트 또르띠아만 먹다 먹어서 그랬나. 그도 아니면 그냥 지금 내 마음이 그저 그런 걸까. 알 수 없다. 집합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찍었다. 오늘은 안개가 좀 꼈다. 아니 많이 꼈다. 버스 이동하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게 없더라. 잤다. 폼페이에 도착했다. 예전부터 몇 번 정도 미디어 매체로 접했던 기억이 있다. 서프라이즈였나. 최후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 6세기 이상을 화산재로 덮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횡단보도이자 마차가 지나가는 곳. 이 간격은 폼페이 어디든 같아서 폼페이의 마차만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해서 귀족들이 여기 마차를 사게끔 했을거라고 추정한다고 한다. 옆에 박힌 반짝 반짝 돌맹이들은 반사석으로 밤에 길을 비추는 역할을 했다고. 여긴 주차장이라고 한다. 이 파인 홈에 마차를 묶었다고. 목욕탕에 왔다. 이 바닥 세밀한 타일이 놀랍다. 이거 완전 현대식이잖아? 뜨신 물에 몸을 담구고 찬물로 휑구고. 천장은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게 아니라 옆으로 흐르게끔 만들어졌다고 한다. 벽은 두 겹으로 되어 있어서 불을 피워 이곳으로 열이 계속 전달되서 온기를 유지했을 거라고. 그리고 당시 신들을 모시던 곳 답게 목욕 후 이 천장을 바라보면 빛이 들어오고 그 아래 포세이돈의 얼굴 형상이 있다. 나오면 후식을 할 장소가 있다. 이곳은 제빵소라고 한다. 저 위로 밀을 넣고 옆 구녕으로 당나귀를 묶어 돌리면 옆으로 즙이 나왔다고. 우리나라 멧돌을 이렇게 사용했다. 당시 최후의 모습을 본을 뜬 것이라고 한다. 단 수 분 내에 눈 앞에서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죽고 그것을 보며 죽어가는 기분은 어땠을까. 활화산과 제우스. 그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던 신들이 지켜줄 줄 알았을텐데 배신당한 기분은 어땠을까. 이 남근 모양이 가르키는 곳이 사창가였다고 한다. . 기둥을 볼 때마다 어떻게 세운 걸까 궁금했는데 여기 단면도 보고 알았다. 이렇게 홈이 있어서 레고처럼 맞춰 끼워 올리는 것이더라. 기원전에 만들어진 공연장. 이게 말이 되나. 산업화만 안됐을 뿐이지, 전기 가스만 안들어오지 그냥 현대다. 완전한 현대 문명이다. 보면 볼수록 놀라움. 그 옛날에 수로가 이토록 정교히 만들어진 것도 놀랍고 하늘에서 볼 수도 없는데 물고기 모양으로 계획 도시를 설립한 것도 놀랍고. 탄성만 나옴. 그들의 삶을 예측한 것을 듣고 있는데 현대 문명이고 모든 것들이 돌로 쌓은 과학임. 얼마나 오래 전에 이랬던 걸까. 그리고 돌을 깎아 만드는디 어떻게 이리 정교한거지? 여긴 휴양지였던 걸로 예측된다고 한다. 세상에 그 시절에 휴양 도시라니 맙소사. 성관계가 아주 발달하고 문란한 곳이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멸망해서 사라지다니... 현실이 판타지네. 옛 로마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동해서 점심을 먹었다. 사진 찍을 가치가 없었으므로 패스. 여기도 변기 커버가 없다. 내 집에서 똥 쌀 생각 말라는 배려다. 심지어 문도 못잠그게 해놨다. 내 인류애가 바사삭 부서지는 기분이다. 또 한참 이동해서 소렌토에 도착했다. 날이 어제처럼 화창했으면 더 이뻤을텐데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쁘긴 했다. 이 동네도 배산임수다. 포지타노에 도착해서 내려 이동하는데 태극기가 있더라. 이 앞에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레몬 사탕을 나눠줬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말을 너무 잘하심. 대체 한국인의 외화 유출은 얼마나 심각한거냐. 해변가 도착. 여기서 자유 시간을 주셨다. 해가 구름을 뚫고 나타났다. 그래도 막판엔 봤다. 거봐, 나 날씨 요정 맞다니까. 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는데 온 길 외에 다른 길들은 다 막혀 있었다. 갈 곳이 없어서 뷰 좋은 곳에서 맥주 한 잔 했다. 10유로. 한 잔에 17300원... 런던보다 비싸다. 이탈리아는 내 생애 또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일몰이 이뻐서 찍었다. 돌아가는 시간은 약 4시간 소요, 교통 상황에 따라 +@. 이 시간이 제일 힘겹다. 자고 깨고 반복하다가 이 글을 쓴다. 아직도 두 시간 남았어. 오늘 저녁은 뭘 먹지? 대체 뭘 먹어야 이탈리아에 대한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까. 피자가 제일 무난한데 치즈 땀시 살이 너무 찌는 것 같다. 버스는 말이 없다. 다행히 차는 안막혀서 4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가이드님이 추천해준 소꼬리찜을 먹어볼까 하다가 거리가 멀어서 다음에 가지 뭐 하고 구글 지도 켜고 가깝고 평점 높아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인데 여긴 7시 반인데도 이리 황량하더라. 무습다. 번화가 쪽이 아니라서 그런가. 금요일 밤이라 그 쪽은 축제일텐데 도착했는데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 포함 두 테이블. 사장님의 인상이 정말 좋으시고 직원들이 친절했다. 보통 사람 많은 곳으로 가는데 여긴 느낌이 좋았다. 일단 식전주 한 잔. 구글 사진에서 맛있어 보이는 걸로 디스원 주문하고 먹는데 와 감탄 ㄹㅇ 그래 내가 찾던 이태리 맛이 이런거라고! 내가 시킨 피자 자체는 꽤나 담백했다. 피자가 담백하다니 이상한거 같지만 그 담백함이 훌륭했다. 특히 올라간 토핑 중 햄과 치즈가 까르보나라에 들어가는 그 무쟈게 짠 돼지 마냥 불쾌하게 짠 맛이 아니라 적당히 감칠맛 돌게 하면서 다른 토핑들과 입속에서 잘 어우러지는데 재료도 푸짐하고 적절한 맛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나는 오히려 자극파인데도 이탈리아 음식들 먹고 학을 뗐는데 여기서 입맛을 정화 받음. 진짜 정말 맛있었다. 안그래도 숙소랑 멀지 않아서 피자 먹겠다면 무조건 여기로 와야지 마음 먹었다. 사장님께 이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셨다.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며칠 안남았지만 피자 먹을거면 아마 계속 여기로 오지 않을까 싶었다. 사장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해주세요. 이렇게 훌륭한 식당인데 사람이 없다니 장소가 번화가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런가. 혹시나 로마 가는 배붕이들 여기 가봐. 테르미니역 옆에 있어. 분위기도 좋아. 진심으로 강추해! 숙소에 들어와 씻고 와인 한 병 깠다. 어제 먹었던 것보다 맛있었다. 마음이 풍족해서 그럴까. 그러고보니 벌써 보름 가까이 되도록 수면유도제를 안먹었다. 그런데도 자정 전에 잘 잠. 여행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긴 했나봐. 그 전엔 무슨 생각과 고민이 그렇게 많았는지 약을 안먹으면 눈 감은 채로 3~4시까지 잠을 못잤었는데. 여행으로 얻는 마음의 안식을 좀 느끼는 것 같다. 문제는 돈이 많이 깨진다는거지만..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좋다. 오늘 폼페이도 좋았고 바다도 좋았고 마지막엔 저녁 식사와 사장님께 힐링 받았다. 좋은 하루였다. - dc official App
작성자 : 압델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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