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부터 뭘 하지? 첫날에는 딱히 정해진 일정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다음날 도쿄발 신아오모리(新青森)행 첫 신칸센 열차를 타기 위해 이 날 일본에 온 것 뿐이었으니까...

도쿄역으로 가는 야마노테선(山手線) 열차 안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JR 패스로 최대한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신칸센을 타기로 결정했다. JR 이스트패스니까 당연히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은 못 타고, 도호쿠신칸센(東北新幹線)이나 타야지..

역시나 도호쿠신칸센 신아오모리 연장 개통을 기념하는 홍보물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바로 내일이다.

승강장에 올라가니 E3계 차량이 기지로 회송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3계가 출발하자 바로 200계 야마비코(やまびこ) 열차가 들어온다. 겉모습은 신칸센 최초의 차량 0계와 완전히 닮았다. 전성기에는 16량짜리 편성도 있었지만 지금 8량짜리 K편성만 남아 있다. 옆에 서 있는 E2계 차량은 나가노(長野) 가는 아사마(あさま)겠지..

얼마 안 가 사라질 200계를 타는 것도 나름 좋은 기회로 여기고 냉큼 야마비코에 올랐다. 20년도 더 지난 200계를 아직도 굴리는 걸 보니 \'돈일본\'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JR 동일본도 나름대로 짠돌이 정신이 있는 것 같다.

이미 자유석은 승객들로 가득 차서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냥 지정석으로 ㄱㄱ JR 패스가 있으니까 예약하지 않았어도 상관 없다. 당연히 자리 주인이 오면 비켜줘야지.. 검표하는 승무원도 패스 보여주니까 \'손님 오면 다른 곳으로 가 주세요.\'하고 말더라

이번에 사용한 JR 이스트패스. 6일까지 총 4일 썼지만 본전 뽑을 대로 뽑았잖아.. ㅋ

JR 동일본은 역이든 열차 안이든 어디서든지 Suica 홍보에 열심이다.

200계의 객실, 2 x 3 배열이고, 좌석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린샤 패스를 지르는 건 돈지랄이니..

오래된 차량이지만 그래도 객실 통로문은 자동문이다.

오미야(大宮)까지는 천천히 달리다가 오미야역을 벗어난 이후부터 갑자기 속도를 올려 쌩쌩 달린다. 도쿄 - 오미야 구간은 도시 지역이라 110 km/h로 속도 제한이 걸려 있다.

원래 센다이(仙台)까지 가려고 했는데 생각을 바꿔 그냥 우츠노미야(宇都宮)까지만 가기로 했다. 어차피 신칸센은 다음 날 지겹도록 탈 예정이었으니까

도쿄역에서 50분 정도를 달려 우츠노미야에 도착했다. 솔직히 관광객이 갈 일은 거의 없는 동네이다. 다만 근처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닛코(日光)가 있어서 신칸센을 타고 닛코에 간다면 이 역에서 닛코선(日光線)으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는 신칸센 승강장인데 일반 전철이 그려져 있네... 신칸센 승강장에 떨어진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00계 ㅂㅂ2 과연 다음에도 또 타볼 수 있을까..

일단 미노리노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에 들러 도쿄로 돌아갈 신칸센을 예약했다. 굳이 예약 안 해도 되는데 Max야마비코를 2층에서 꼭 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Max야마비코의 2층 좌석은 나름 인기가 많아 매진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도 약 1시간 후에 출발하는 Max야마비코 2층으로 예약 성공! 이제 역 밖으로 나가 볼까

나름 신칸센 역에다 3개 노선 환승역이라고 역 규모는 꽤 크다. 그리고 역 앞에는 큰 쇼핑몰이 2개나 있더라... 토부(東武)전철 우츠노미야역도 있는데 JR 우츠노미야역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어 환승은 거의 불가능...하다.

역 앞 쇼핑몰의 큰 시점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고 다시 우츠노미야역으로 돌아왔다. 역시 출판 대국 답게 서점은 정말 으리으리하게 크더라.. 이렇게 조그만 도시에도 광화문이나 강남에 있는 교X문고 만한 서점이 있을 정도니..

반대편 승강장에는 E4계 Max야마비코, E3계 츠바사(つばさ) 병결 열차가 서 있다. 얘네 둘은 E2계 하야테(はやて) - E3계 코마치(こまち) 병결 열차와 함께 고정 멤버이다. 물론 병결하지 않고 단독으로 운행되는 열차도 있다.

원래 츠바사의 주력 차종은 400계였는데 400계가 퇴역하면서 E3계가 주로 투입된다. 400계는 첫 번째 일본 일주 때 타 봤는데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아서 참 아쉽다.

이곳 승강장에도 E4계 Max야마비코가 들어왔다.

E4계는 전 차량이 2층인 고속열차로, 8량짜리 1편성에 무려 817명을 태울 수 있다. \'20량\'짜리 KTX 1편성이 965명을 태우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송력이다. 영업 최고속도는 200계와 동일한 240 km/h로 그렇게 빨리 달리지는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신형 차량 E5계 도입과 함께 도호쿠신칸센에서 운행을 중단하고, 조에츠신칸센(上越新幹線)에서만 운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려면 이렇게 계단을 올라가고 1층은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E4계의 2층 객실. 참 안습인 건 3 x 3 배열에 리클라이닝이 전혀 되지 않는다. 대신에 1층 좌석은 3 x 2 배열에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니 그나마 조금 안락하다고 할 수 있다.

2층 열차라고 해서 전부 1층, 2층만 있는 건 아니고 이렇게 중간층(?)도 있다.

원래 표는 도쿄역까지 예약했지만 이대로 도쿄로 다시 돌아가기는 뭣해서 오미야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어차피 도쿄의 왠만한 관광지는 다 가 봐서 또 도쿄 시내에 가는 건 별로 큰 의미가 없었다.

오미야역에 도착. 신칸센 타고 잉여짓이나 하고 왔는데도 2시 반 밖에 안 됐다. ;; 이제 뭘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