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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9. 쉬어가는 이야기 - 엉덩이를 원폭투하하다.

히로시마카프(122.34) 2010.11.04 09:19:14
조회 1215 추천 2 댓글 5

여행을 시작하기 전 날,
핸드폰 알람을 맞추어 놓고 침대에 누웠다.
여행이라는 설레임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던 새벽의 어느 시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왔다.


왔어!왔어!



왠지 알람을 여행출발일인 수요일이 아닌 화요일로 맞춰놓았던 것 같은 기분.
나는 찜찜함을 참을 수 없어서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알람은 화요일 새벽 3시30분 부터 5분간격으로 10개가 맞춰있었다.
내가 일어나야 하는 시간은 수요일 새벽 3시30분이었는데.

이 때 시간이 거의 새벽 1시쯤이었으니 내가 이걸 확인 못하고 잠들었다면
이번 여행은 황당한 이유로 물거품이 되었을 수 밖에.


뭔~가 좀 찝집했다.
정신을 어디 두고온 기분.
요근래 계속 그랬던것 같다.
준비하던 시험이 잘 안돼고 머릿속이 온갖 고민으로 가득차서 스트레스만 쌓여갔을 뿐.

 

 

아침 일찍 평화공원에 갔더니 까마귀들이 굉장히 많이 날아다녔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까마귀를 여기서 하루 아침에 다 본 그런 기분이었다.
쩌렁쩌렁한 울음소리를 내며 이곳저곳을 비행하는 까마귀들...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여기는 까마귀는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길조이다.
그럼 나라는 한국 사람이 일본에 가서 까마귀를 만난다면 그 때 만난 까마귀는 흉조일까 길조일까?


 



<평화공원에 날아다니는 까마귀들>


과연 한국에서 가지고 온 흉조의 氣와
일본에 있는 길조의 氣

말도 안돼는 상상이지만 이 둘이 붙는다면?
난 한국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평화공원 산책을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할 때,
나는 마지막으로 원폭 돔의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했다.





<문제의 사진>


원폭돔을 찍고 과감히 숙소로 돌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무슨 사진 욕심이 생겼는지 계단으로 강가 근처까지 가서 강과 원폭돔을 새로운 구도로 렌즈에 담고싶다는 일념하나로
씩씩하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 악!!!!!!!!!!!!!!!!!!!!!!!!"


계단을 신나게 내려오던 중 아래서 3번째 정도의 계단의 물이끼가 잔뜩 붙어있는 것을
모르고 밟았다가 나는 그대로 공중으로 떠서 1/3회전을 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으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끙끙 앓는 신음소리가 나왔다.
지금껏 이런 소리를 내며 아파본 경험은 살면서 없었는데
정말 너무나도 아프고 괴로웠다.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2,3분 정도는 쓰러져서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에 힘을 주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그 순간 머릿속에는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떻게 하지.
몸이 움직이질 않아.
이러다 어떻게 되는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하게 될까, 그럼 입원비는? 나는 보험도 없는 외국인인데...\' 


천만 다행이도 한 5분 쯤 지났을까,
서서히 몸에 힘을 줄 수 있었고 계단으로 몸을 옮겨 앉을 수 까지 있게 되었다.
거기서 10분을 혼자 신음소리를 내며 앉아있다가 몸을 좀 가눌 수 있게 되었을 때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정신이 들었다.


그런데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지가 물이끼에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것이다.
마치 똥싼 바지처럼.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 고등학생 단체 견학팀이 위쪽에 서서 가이드에 설명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위로 올라가면 이곳 원폭돔이 아니라 나의 \'똥싼 바지\'가 저 아이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난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_-
그런데 무슨 설명이 그리도 긴지 도저히 갈 생각들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10시에 야구장 투어가 있어서 숙소 체크아웃도 해야하고,
아파 죽겠는데 차가운 계단에 앉아있는 것도 더는 힘이 들어서 할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했다.

결국, 나는 이 추웠던 날 아침,
입고있었던 잠바로 내 엉덩이를 둘러싸고 마치 초가을 패션처럼.....
그렇게 추위에 벌벌 떨며 전차로 향했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려고 생각도 했지만,
일본의 어마어마한 택시요금에 겁을 먹어 그러지도 못하고 전차를 탔다.
다행히 전차에는 빈자리가 하나 있어서 그곳에 앉아서 아픈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숙소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숙소에 와서는 냉큼 옷을 갈아입고 떠날 준비를 했다.





<엉덩이 투하의 처참한 흔적>


뭐 결과적으로 한국에 와서 검사를 해보니
꼬리뼈가 부러지가 갈비뼈에 금이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귀국 후 6일 째인 오늘 여행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이 고통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파스값만 3만원이 들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근육통은 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근육이 놀랐는지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다.
이날 오후 새로운 숙소에 가서 내 엉덩이를 보니 마치 뉴스에서 나올법한 고문당한 사람의 엉덩이 마냥
진한 보라색의 멍이 여기저기 있었고 실핏줄이 터진 것 같은 흔적도 여기저기 보였다.



정말 끔찍한 순간이었다.



오비이락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어렸을 때 더 클래식이라는 가수가 오비이락이라는 노래를 발표하여
동생과 재미있게 들었던 노래였다.

"오비이락~ 까마귀 날자 배떨어 지는거야~♪"

이 노래가 한창 유행할 때 가족 여행을 갔었는데,
그 때 어디선가 비둘기 똥이 내 손에 떨어진 적이 있다.
그 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내 동생이 그걸 보고 비웃으며 한 말이 떠올랐다.

"오비수똥 ㅋㅋ 까마귀 날자 똥 떨어 지는거야 ㅋㅋㅋㅋ"



동생에게 이번 히로시마의 사건도 한번 부탁해봐야 겠다.
과연 무어라고 표현을 해줄 수 있을지.

까마귀 날자 엉덩이를 투하하는 것도 과연 사자성어로 만들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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