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의 타격감이 연일 뜨겁다.

시즌 초반 타석에서의 부진을 딛고 이상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비결은 단순하다.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생겼고 좋은 감을 잃지 않기 위해 훈련과 실전에서 집중력을 유지한다.

버나디나는 5월 둘 째주까지 기대에 못 미쳤다. 수비와 주루 능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타율은 0.235·1홈런에 그쳤다. 주력이 좋아 리드오프를 맡겼지만 출루율(0.209)이 형편없었다. 후속 타순에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하는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

최근 타격감은 강타자가 즐비한 KIA 타선에서도 돋보인다. 그는 5월 셋 째주 LG와의 주중 3연전에서 12타수 5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주말 두산전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6월 첫 10경기에서 타율 0.426·5홈런·장타율 0.830을 기록했다. 4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3안타를 쳤다. 13일 사직 롯데전에선 시즌 처음으로 중심 타순에 기용됐다. 3번 타자로 나서 3안타를 쳤다. 팀의 10-7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타율은 어느새 0.311까지 올랐다.

극전인 반전을 보여줬다. 정작 선수는 담담하다. 13일 경기 종료 뒤 만난 버나디나는 "최근 좋은 성적에 특별한 소감은 없다. 그저 내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들어왔고, 때려냈을 뿐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존을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KBO리그 투수들에 맞는 타격 타이밍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는 "삼진을 당한 타석에서도 배운 게 있었다"고 했다. 동료와 코치에게 조언을 구하며 교정에 매진했다. 몸에 익히는 건 선수의 몫이었다. 버나디나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됐지만 내 노력이 더 중요하다. 경기가 끝나도 실내 연습장에서 집중력을 갖고 훈련을 진행했다"고 했다.

꾸준히 실전에서 수정 포인트를 확인했다. 비로소 감을 잡았다. 버나디나는 "200타석 정도 나서다 보니 이제 공이 보인다. 타이밍이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진을 털어낸 만큼 이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좋은 페이스에 자만하지 않고 변동이 예상되는 타순도 단순하게 생각한다. 버나디나 "경기에서 내 능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타석에 들어서면 생각을 비우고 공에만 집중하겠다. 타순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타격 지향점은 변할 게 없다. 하던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