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탠 두 사람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과 필승조로 잊지 못할 순간을 보냈다. 

임기영은 4차전 선발로 나와 5.2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는 물론 포스트 시즌도 처음이었던 임기영의 ‘배짱투’가 돋보였던 경기였다. 

임기영은 “떨리기보다는 설렜다. 매 타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뒤에 좋은 투수들 믿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나중에 경기하는 영상을 보니 좋았다. 볼넷이 없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임기영의 뒤에 있던 ‘좋은 투수’ 중 한 명은 김윤동이었다. 
임기영이 2사 2루에서 물러난 뒤 심동섭의 볼넷이 나오면서 2사 1·2루. 김윤동이 KIA의 3번째 투수로 나와 두산의 베테랑 양의지를 우익수로 돌려세우며 2-0의 리드를 지켰다. 김윤동은 7회에는 볼넷 두 개를 내줬지만 탈삼진 두 개를 보태며 친구의 승리를 지켰다.

임기영이 ‘배짱투’였다면, 김윤동은 ‘부상 투혼’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날 경기 전 김윤동은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아이싱을 한 상태에서도 출격 준비가 되어있다고 출전 의지를 불태웠던 김윤동은 이날 의미 있는 홀드를 기록했다. 

김윤동은 발목 통증을 안고 5차전에도 출격했다. 헥터의 갑작스러운 난조 속에 7-6까지 쫓긴 8회말. 김윤동은 무사 1루에서 등판해 민병헌과 오재원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두 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재미있었다’는 친구와 달리 김윤동은 긴장을 많이 했다. 
김윤동은 “4차전 끝나고 나서 생각보다는 긴장 안됐다고 인터뷰했는데 5차전에서 정말 긴장 많이 했다”며 “내가 무사 1루에서 던질 때는 굉장히 위기로 느껴지는데 TV로 그런 상황을 보면 위기로 안 느껴진다. 그래서 TV를 보는 마음으로 던지려고 했다(웃음). 선배들이 우승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다. 옆에서 보면서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역할은 아니었지만 뭔가를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 때도 우승은 했지만 끝난 순간 이렇게 달려 나온 적은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면서 달려 나왔다. 우리 불펜들이 올 시즌 고생 많이 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우리 불펜도 뛰어난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결과도 좋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에서 우리 불펜이 잘해줬다”고 기뻐했다. 

한국시리즈를 통해 야구 키가 한 뼘 더 자란 임기영과 김윤동. 두 사람의 2017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절친’은 나란히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다. 이들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대표로 선발되어 4일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임기영은 “좋은 시즌을 보냈다. 우승한 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준비 잘해서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