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디나의 입단 초기 활약여부가 미지수였을 때,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는 3할 20홈런 20도루를 하는 1번 타자였다.

올해 최종성적은 원래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선에 불어넣은 활력소는 체감상 기록 이상의 느낌을 풍겼다.

강력한 골든글러브 경쟁자 중견수 박건우와 비교해보자.

버나디나: 타 0.320 출 0.372 장 0.540 OPS 0.913 홈런 27 도루 32 wRC+ 127.8 WAR 5.06

박건우:   타 0.366 출 0.424 장 0.582 OPS 1.006 홈런 20 도루 20 wRC+ 164.4 WAR 7.03

버나디나는 홈런, 도루 같은 누적 지표를 제외하고는 비율스탯, 세부지표에서 박건우에게 크게 밀린다.

타자로서의 공격지표로 미루어보면 박건우가 버나디나보다 더 나은 선수다.

(애초에 세부지표로 보면 박건우는 중견수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특히 버나디나의 wRC+는 127.8에 머물면서

생각보다 타격생산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같은 팀 선수인 나지완(140), 김선빈(133.5)에도 밀리고

타팀 선수인 구자욱(130.1), 에반스(129.2), 김하성(125.4), 민병헌(123.1) 등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나디나의 기여도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대 야구에서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계량적 지표가 크게 발달했음에도 

선수가 미치는 경기장악력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선수라고 할만 하다.

주루, 수비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야수는 공격력이 능력평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더구나 버나디나는 용병이므로 공격력을 기대하고 데려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wRC+가 주루, 수비가 반영된 지표가 아니므로 버나디나의 주루, 수비를 따로 감안하더라도

버나디나에게서 받은 인상이 그 이상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은 버나디나의 '인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우선 그동안 성공적이라고 알려진 몇몇 용병들은 인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펠릭스 호세, 야마이코 나바로 등은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지만 팀케미를 종종 해치는 유형의 선수였다.

둘째, 에릭 테임즈의 인성과 적응력은 문제는 없었지만 

그는 잘 풀리지 않을때 다른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포스트 시즌마다 실패를 맛봐야 했다.

버나디나는 자신이 KBO 선수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오만함도, 자유분방함을 위시한 불성실도 없다.

또한, 그의 타격 성향을 보면 접근방법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타격감이 그렇게 좋았음에도 버나디나는 종종 번트를 시도했으며 실패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시즌중에도 버나디나는 벤치 작전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번트를 자주 시도했으며

종종 내야안타, 심지어는 끝내기를 만들기도 했다.

버나디나의 이런 성향이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기여도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버나디나가 기아보다 전력이 약한 팀으로 가서 자신이 해결사 역할을 해야만 했다면 

이만큼의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거나, 성적은 비슷해도 체감하는 기여도가 낮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버나디나는 기아로 왔고 이 팀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2017시즌 초에 부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성적은 올해보다 더 좋을 것을 기대하게 한다.

한국 선수와 한국 야구를 알고 임하는 내년은 버나디나의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