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87년생이고 5살때부터 야구봤음

어린마음으로 생게망게 본게 아니라 그때부터 정말 진지하게 봤어

그건 해태 덕후 울 아부지 덕이었지

울 아부지 올해 61세

해태 타이거즈가 그렇게 좋아서 

주말에 광주에서 경기 있는 날이면 대우자동차 르망을 몰고

5살배기 아들놈 무등경기장으로 털레털레 끌고 다니셨지

이종범을 가장 좋아했고 그다음 홍현우 그다음 선동열 순으로 좋아하셨다

그러다가 98년 해태 암흑기 시작후 야구 끊으셨어

그때 40대에 진입하셨고 직장생활 급 치열해지고

아들놈 인간 대우는 받을 놈으로 키운다고 그 좋다던 야구에서 멀어지셨지

한번 야구에서 멀어지고 치열하게 살다보니

12년만에 09년 우승한거도 모르셨고

멍게 같은 경우는 해태 시절 멍게 싸인볼만 7개 받을 정도로 좋아하셨는데

선동열이 감독한다는 것도 몰랐어(이종범 싸인볼은 아쉽게도 없음)

그래서 난 성장할때 부자지간 야구 얘기할 기회는 사실상 없었어

난 대학을 서울로 왔는데

어머니가 아예 서울에 새터 잡자 해서 집구해서 서울살게 되었고

아부지는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일은 계속 하고 싶으시대서

아무 연고 없는 부산으로 새직장 잡아 가셨어

그래서 나 대학 입학 후 10년간은 아부지 한달에 한번 올라오실 때만 만나게 되었지

무더웠던 올해 7월 어느 주말에 올라오셨을때 식사중에 문득 물었다

"아부지, 이종범 아들놈이 프로야구 하고 있는거 알아요?"

이 말 하자마자 보게 된 아부지의 얼굴을 아마도 난 평생 잊을 수 없을거다.

서글서글한 눈가에 핀 주름이 확 펴지고 입에 물고 있던 밥한술 꿀떡 넘기며

"이.정.후?"

그렇다. 나 모르는새에 아부지는 겆팬이 되어 있던 것이다.

갤떡밥이 '팀세탁이 가능한가' 이길래 여기 산증인이 쓴다.

적어도 선수가 좋으면, 그리고 그 핏줄이 좋으면

팀세탁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