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중학생 갸빠야 

급식이라고 얼빠라거나 머가리 빈 그런 팬 아니니까 걱정 말고!

가입 안 하고 갤질하다가 처음으로 가입해서 글 쓰는 건데

막 네이버 이런 데 보면 디씨갤이 남초싸이트라는 얘기도 있고

갸갤 내 분위기도 왠지 남자 갸팬분들이 대부분인 느낌이어서

내가 여자에 학생 갤러라고 밝히는 게 죄송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이네

말실수한 거 있어도 이해해 줘 불편하면 안 봐도 돼 (사실 반말 쓰기도 어렵다

사실 수도권이라서 그런지 돡팬 천지야

심지어 우리 담임선생님(여자)도 두산 팬이라서 카톡 프사가

딸램들한테 유니폼 입히고 잠실야구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고 막 그래

(참고로 우리 집은 고향도 호남 아니고 야구랑 인연도 없는데

작년에 한 경기를 보고 어쩌다 팬이 됐네!)

어쨌든 그런데 항상 경기 끝나고 영상이나 기사 댓글, 응원글들을 보면

서로 비방하긴 하지만 유난히 기아는 홍어드립이나

심하면 폭도 소리까지 들어가며 욕을 먹더라고 

물론 1위팀이 어느 정도 다 그렇다는 건 아는데 

팬들끼리 지역감정에 물들어서 서로 욕하는 걸 볼 때마다

너무하다 싶기도 하고 그냥 그 상황이 무서웠어

개념 있는 야구팬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내 시선에서 본 팬들은 그저 결과에 따라

죽일 듯 서로를 까내리는 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게다가 학원에서 야구 얘기가 나왔을 때

학원 쌤한테 기아 응원한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그럼 너 광주 사람이니?" 하는 말을 듣고

별 의미가 담긴 말이 아니었을텐데도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야구 얘기가 나올 때 최대한 대화하면서도

내가 기아 팬이라는 걸 안 들키려고 했지

솔직히 요즘 학교에 여자 야구팬이 있어도 얼마나 있겠어

가끔씩 새벽에 갤질하거나 역대급 경기 나왔을 때 

갸뽕에 취해도 절대 카톡 프사나 배사 안 건드렸어

사실 바꿨다가 정신 차리고 곧장 내렸지

부끄럽지만 왠지 현실에서도 댓글처럼 내가 기아 팬이란 걸 알면 

욕하거나 왕따구단 이런 얘기 할 것 같아서, 그리고 뜻을 알고 진짜 사람들이 무서워졌던

홍어드립 같은 것도 떠오르고 그랬어.

그런데 방금 전에 카톡 친구목록을 내려 보는데

우리 학교 전교 1등의(여자야) 프사는 클래퍼에 배사는 오늘자 잠실 선수들 훈련 사진이었다?

되게 엄청 반갑고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동시에 든 생각이

잠실 직관 수 없이 혼자 가서 별 이상한 사람들 다 만나며

잔뜩 찍어 온 사진들을 눈치 보면서 당당하게 프배사로 걸거나 

못 알렸던 내가 너무 싫었고 한심했어

근데 또 커밍아웃하기에는 시즌 중 네이버스포츠

여러 댓글들 같은 시선이 떠올라서 무서워

사실 전교1등은 뭘 해도 유익해 보일 거 아냐,

그런 생각도 들면서 지금 너무 내가 싫고 하찮고 그래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읽은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밤 보내고 시즌 꼭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