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휴학하고 심심해서 그런지 유독 그 한해는 야구에 미쳐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각설하고 광주에서 나와 내 친구는 6차전 매표에 성공해 드디어 서울에 상경했다.

올라가는날 아마 5차전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코시는 코시라 버스도 이미 사실상 기아타이거즈 응원석이나 다름없었다.

사이사이 유니폼 입고 직관상경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그날 점수도 많이 나지 않고 팽팽한 경기 곳곳에 나름 명장면이 많았다.

안치홍 호수비, sk피치아웃 물먹인 이용규 스퀴즈, 수비방해 슬라이딩 , 로페즈 완봉승,  감독퇴장

근데 문제는 이 모든 중요한 순간때마다 꼭 버스가 터널에 기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찬물을 끼얹는다. 이 표현이 그렇게 잘 들어맞는 순간은 없었다.

이용규 스퀴즈때도 터널에 들어가고 그 뒤에도 팽팽할때마다 터널에 기어들어가는게 어찌나 짜증나던지..

백미는 김성근감독이 선수단철수시키는 그때도 터널에 들어가버렸다는것이다..

아마 내 기억이지만 터널에 들어가기전 고속도로 환경을 살피고 버스기사님이 굉장히 감속을 했고 터널진입하자마자

'씨발'소리를 나는 똑똑히 들었다. 기분탓이였겠지 왠지 버스가 터널에서는 무지 빨리달리드라.

아무튼 6차전 지고나서 기왕 이렇게 된거 직관하자는 심정으로 친구랑 매표소 앞에서 밤을 세기로 했다.

이미 암표상들이 현장티켓 맨 앞자리는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뭐 넉넉하게 10번째쯤에 주어온 플라스틱깔아놓고 앉아있었다.

꽤 추웠는데 단체로 직관표 티켓팅 준비하던 아재들앞으로 왠 봉고차가 한대 오더니 와이프로 보이는 사람이 음식을 풀더라.

소주도 상자로 가져오고 탕 끓이고 순대에 곱창에 김밥에 난리가 아니였다. 우리도 옆에 앉아서 배부르게 얻어먹었다.

여튼 현장표 티켓팅을 첨해봤는데 이게 1인당 4매가 한계인데 암표상들의 진가가 그때 들어났다. 마구잡이로 표를 쌍끌이어망처럼 끌어가는데

꽤나 큰 욕심들을 부리셨는지 상대적으로 고가인 지정좌석표를 거액들을 주고 막 사나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기시작전이였는데 단속이 떠버린것이다. 여유롭게 가격흥정하던 암표아재들 사이로 쓰나미처럼 몰려든 단속팀들을 피해 암표상들은 전부

지하철 출구 앞으로 몰려들어 미친듯이 표를 팔기 시작했다. 암표상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수십명이 몰려들어서 올라오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표를

흥정하는데 장관이더라. 결국 다 쫒겨나고 나랑 몇마디 이야기 나눈 암표아재는 한장값에 3장을 넘겼다고 꽤나 슬픈 표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