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잠실 이지은 기자] "저만 잘하면 돼요."

지난 28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리는 잠실구장, 원정 측 라커룸 복도에 있던 임기영(24·KIA)은 지나가던 양현종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대투수"라며 추켜세웠다. 지난 26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양현종은 두산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던 터. "정말 감동이었다"를 연발하던 임기영은 "마지막에 삼진을 잡고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내게도 정말 뜻깊은 경기였다"라고 돌이켰다.

2012년 한화 2라운드 18순위로 프로 데뷔한 임기영은 이번 한국시리즈가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다. 한화에서의 세 시즌 동안은 소속팀이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고,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첫 PS는 어떤 느낌일까. 임기영은 "고교 시절까지 통틀어도 결승전은 처음이다. 정규시즌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응원하는 분위기 자체가 확실히 다르더라"라며 내심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사실 큰 무대를 앞두고 임기영의 활용법에 대해서는 의문이 붙었다. 올 시즌 KIA의 선발로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로테이션 끝자락을 꿰찼지만, 대권 도전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구원 등판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즈를 앞두고 임기영에게는 \'1,2차전 불펜 대기 후 결과에 따라 4차전 선발 여부 확정\'이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헥터 노에시, 양현종이 제 몫을 해줬기에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임기영의 선발 출격도 가능했던 셈이다.

상대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다. 한국시리즈 마운드에만 5번을 올라 2승1패를 차지한 베테랑일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전 구단 중 KIA를 상대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31)을 기록했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전이지만 임기영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라며 단칼에 잘랐다. "상대 원투펀치가 나온다고 해도 나는 어차피 그들이 아니라 타자와 승부하는 것이다. 오히려 잘 던지는 선배들은 그동안 해온 커리어가 있지 않은가. 내가 더 마음이 편한 상황이다"라는 설명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떨리지도 않는다"라던 임기영은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형들이 호투로 안겨줬기에 더 소중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기회다. 임기영은 "이기는 상황에서 불펜 투입되는 거였으면 몰라도 내겐 차라리 처음부터 시작하는 쪽이 편하다"라며 "이제 와서 두산 타자들을 분석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포수를 믿고 공격적으로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