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KIA 감독(48)은 라커룸으로 향하던 최원준(20)을 불러세웠다.

“원준아, 오늘은 네가 감독 대행이다.”

감독 대행이 된 최원준은 김 감독에게 “라인업을 말해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일단 1번은 접니다”라고 운을 뗀 최원준은 김선빈(유격수)-로저 버나디나(중견수)-최형우(좌익수)-나지완(지명타자)-안치홍(2루수)-이범호(3루수)-서동욱(1루수)-김민식(포수)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취재진 앞에서 읊었다.

이날 경기의 각오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하겠다”고 밝혔다. 상대 선발 김원중의 공략법을 묻는 질문에는 “공보고 공치겠다”고 답했다가 김 감독의 “상황에 관계 없이?”라는 질문을 받고 “상황을 보고 하겠다”고 서둘러 말을 바꿨다. 진땀을 흘리며 감독의 역할을 마친 최원준은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를 남긴 후 그라운드로 냉큼 뛰어갔다.

김 감독은 최원준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라커룸으로 향하는 몇몇 선수들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격려했다. 전날의 역전패의 아픔을 잊기 위한 김 감독의 노력이었다. KIA는 13일 인천 SK에서 10-5으로 앞선 상황에서 투수 4명을 투입하고도 10-15로 역전패했다. 패배의 아픔을 안고 부산으로 향했고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김 감독은 아픔을 털어내고 남은 경기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라. 표정이 밝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성할 건 반성하고, 새로운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1군 첫 선발 등판하는 이민우에 대해서도 “앞으로 KIA의 미래를 책임질 좋은 선수”라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불펜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최대한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향후 김윤동과 임창용의 기용에 대해 “웬만하면 말씀드리는데 오늘은 좀 자제하겠다”라고 답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