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23:20 퇴근 후 급히 챙겨서 엑스포역을 찾았다. 남은 좌석이 없단다. 다른 수가 있을까, 입석표를 구매했다.

AM 00:00 정신없이 서있기 편한 좌석을 몇 칸째 돌아다니다가 자리를 잡은 후, 이어폰을 연결했다. 멜론을 키며 좀 멀리 떠나왔을까-, 아니 이제 30분쯤 됐구나. 한참 남은 기찻길을 깊은 어둠으로 뒤덮인 겨울밤 속 배경의 멀리 작게 빛나며 지나는 가로등들을 보며 널 보겠단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

AM 03:20 기차에서 내렸다. 그 긴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서 있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그만큼 그리움이 사무쳤을까, 역시 윗 지방은 남부 지방보다 춥다. 눈이 내린 하얀 길, 내 하얀 입김이 네 생각을 더했다. 역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고 약 만 원 정도의 거리를 다시 이동했다.

AM 04:00 넌 5시에 퇴근을 하지만, 5시가 조금 넘어서야 이곳에 도착한다. 근처 피시방을 찾았다. 아 어쩐담, 게임을 안 하는데 난

AM 05:00 인기척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저 차가운 쓸쓸함만 오가는 거리, 건너편 저만치 걸어오는 널 본다. 내 눈으로 직접 널 본다. 그 순간 영화 속 한 장면인 것 마냥, 거짓말처럼 얇은 눈이 내렸다. 그리고 오늘도 수고했다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추울 틈 없이 크게 안았다.

넌 내 인생 중 가장 잊지 못할 기억에 남는 여자일 거다. 이젠 묻어뒀던 추억들도 꺼내서 보낼 생각이야.
2년 사이에 가장 와닿는 말이 있었어
"너를 알았고, 너를 앓았다."
부디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