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 싫어하는 이들을 위한 세줄요약

1.머균이 먹을거 안 줘서 사인 안해줌.

2.김태완이 사인해줌

3.송광민도 해줘서 존나 한화를 이끌어갈 선수라고 띄웠는데 다음해 입대 ㅅㄱ

때는 2009년, 대학교 새내기때였음

이름도 유명한 한남대학교에 진학한 나는 거기서도 야빠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대전의 중심에서 개아를 외치며 WBC를 틈타 동기들에게 야구를 전파했음

그 중 야구를 좋아하는 칰빠 동기 여자가 있었음. 구미 출신인데 칰빠더라고.

이제 그 친구랑 또 다른 친구랑 해서 야구를 보러 갔지.

그때만 해도 칰이 지금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시절은 아니었어서(09년부터 꼴지. 아직 시즌초라 그런 분위기는 없었고)

나는 그때까지 사인 이런거 관심이 없었는데, 걔가 선수들 사인 받고 싶다 해서 스케치북 챙겨감.

언젠가 갤에 썼던 칰빠 택시기사 썰이 이날 썰임ㅋㅋㅋ

그날 한화가 이겼는데, 그날 송광민이 2루타였나 홈런을 쳤는데 내가 막 '저 선수는 무조건 크게 될 거'라고 장담함.

솔까 그땐 머균이급 선수가 될 줄 알았엌ㅋㅋㅋㅋㅋㅋ

이제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 최근하는 출입구에 줄서서 싸인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고등학교 3년내내 야구만 보던 진성야빠였던 나는 막 오오! 정민철이야! 구대성이야! 이러면서 워너원 보는 여중생이 빙의돼서 돌아다니다가

그 동기가 생각나서 돌아보니 머균이 싸인받으려고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더라.

걔 키가 골든빈이랑 비슷한 수준이라 작진 않았는데, 사내새끼들이 머균이 나오기만 기다리면서 오오 머균신 오오 하는 느낌이라 애가 밀리더라고.

나도 덩치로는 안 밀리니까 애 앞에 두고 내가 앞줄에서 몸빵치고 있는데 머균이가 드디어 나옴.

사람들이 머균이형 사랑해요! 머균이형 싸인좀! 이러면서 집문서도 싸인용지로 갖다바칠 기세여서

그냥 이러다간 얘가 이 사람속에 밀릴거 같아서 자꾸 미는 사람들 다 힘으로 버팀ㅋㅋㅋ

이제 머균이 바로 앞까지 와서 버티면서 마지막 힘을 짜내 "00아! 가!"하고 등을 떠밀음.

그러고 이제 버티기를 그만두고 자세 바로잡는데

...어? 얘가 없네?

어디있나 찾아보니 얘가 바닥에 철푸덕 엎어져 있는거임.

"야! 너 왜 여기 엎어져있어?" 하니까 내가 밀자마자 중심을 싫고 넘어졌다고 하더라고.

보니까 얼굴에도 상처나고 이래서 너무 미안한거야. 그래서 내가 이제 사람 좀 빠졌겠다

"김태균 선수! 싸인 좀 부탁드립니다! 20분째 기다리고 있어요! 김태균 선수!"

머균이 눈길도 안 주고 그냥 감. 아마 먹을 걸 주지 않아서 그랬나봄

동기는 되게 실망하는데, 나는 뭐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나처럼 야덕 그 자체가 아닌 칰녀한테 다른 팀 사인받아다 줄 수도 없고

속죄를 하고자 여러군데 레이더를 돌려보니 김태완이 보이더라.

그래서 존나 염치불구하고 사람들 속에 끼어서 사인 부탁한다고 하니 별 말 없이 싸인해줌

이제사 나오고 있는 송광민도 붙잡고 싸인받았는데 그 동기가 김태완은 알고 송광민은 몰랐음

그래서 내가 기분 풀어줄라고 아까처럼 "김태균만큼 훌륭한 타자가 될 거야. 이 선수는 그럴 재능이 있어!"라고 정신승리함

아니, 사실 그땐 진짜 그럴 줄 알았어. 그 다음해에 갑자기 시즌중 입대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류현진한테는 받을 시도도 안했던게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개아 선수들 사인도 안 받는데 남 사인받아다 줄라고 생쇼한거 생각하면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 아직도 야구 볼라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