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이범호가 5회말 2사 중월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범호야, 좀 쉬어야 하지 않아?”

KIA 김기태 감독이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이범호(36)를 불러 세웠다. 허벅지 통증으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있었지만 시즌 69경기에서 15홈런 55타점 타율 0.287로 제 몫을 하고 있는 베테랑이 고마워서다. 폭염에 연일 3루 핫코너를 지키느라 체력이 떨어졌을 법 한데도 싫은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이범호에게 ‘감독 권한’으로 휴식을 부여하려던 참이었다. 이범호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감독님, 지금 제가 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묻는 이나 답하는 이 모두 눈은 초승달 모양인채였다.

이범호가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비단 젊은 후배들의 약진 탓만은 아니다. 어느덧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라 이른바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중이다. 지난 2000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 고졸신인으로 한화에 입단한 이범호는 첫 해부터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해 벌써 18년차가 됐다. 2010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며 선진야구도 경험했고, 2011년 KIA 유니폼을 입고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31일까지 1835경기에서 298홈런 1019타점 타율 0.271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스스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실하게, 열심히 선수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세 가지 정도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버킷 리스트는 이미 달성했다. 지난달 5일 문학 SK전에서 개인통산 1000타점을 돌파했는데 ‘KIA 프랜차이즈 최초’ 타이틀을 따냈다. 이범호는 “300홈런 1000타점은 꼭 해보고 싶은 기록이었다. 이왕이면 팀 최초라는 수식어를 받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두 번째 목표인 300홈런에도 단 두 개만을 남겨둬 두 번째 버킷리스트 달성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이르면 1일부터 광주 홈에서 치르는 kt전, 늦어도 4일부터 시작하는 대전 한화전에서 300번째 손 맛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어디서 300홈런을 달성하든 큰 의미가 있는 장소들이다. 그는 “300홈런을 돌파하고 나면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지막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버킷 리스트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어 어떤 기록보다 간절하다. 이범호는 “18년을 뛰면서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한화 시절인 2006년 외에는 한국시리즈 무대 자체를 밟아보지 못했다. 좋은 동료들과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우승을 기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기록은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따라오는 것들이다. 하지만 우승은 야구에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됐을 때 이룰 수 있다. 그 감격을 올해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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