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속에 크는 ‘아기 호랑이’ 최원준이다.
KIA 타이거즈는 2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추억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다. V10을 이뤘던 2009년에 착용했던 ‘챔피언스 져지’를 입고 뛰는 ‘고 투게더 데이(GO T09ether Day)’ 행사가 열린 것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을 필두로 안치홍, 양현종, 정용운 등 4명의 2009년 우승 멤버에게는 특별했던 유니폼.
‘막내’ 최원준에게도 의미 있는 유니폼이다. 광주 출신인 아버지 영향을 받아 타이거즈를 응원했던 최원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텔레비전을 통해 2009 한국시리즈를 지켜봤다.
좋아하는 선수들이 우승하는 게 그저 좋았던 초등학생은 8년이 지난 2017년 ‘호랑이 군단’의 일원으로 ‘챔피언스 져지’를 입었다.
최원준은 “처음 프로에 와서 신기했었다. 좋아했던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게 신기했다”고 팬에서 선수가 되어 그라운드를 누비는 소감을 밝혔다.
최원준은 KIA가 야심적으로 키우는 ‘될성부른 떡잎’이다. 빠른 발을 보유한 최원준은 때리는 재주까지 타고났다. 김기태 감독은 물론 최원준을 지켜보는 선배들 모두 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하지만 미완의 대기다. 타격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비, 아직은 주루에서 실수도 잦다.
컨디션이 떨어진 김선빈을 대신해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지난 22일, 최원준은 이날 팀이 기록한 5개의 안타 중 2개를 책임졌다. 그러나 안타를 치고도 웃지 못했다.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를 때렸던 5회 견제사로 물러난 최원준은 0-1로 뒤진 9회 1사에서 다시 한번 안타를 기록했다.
최원준의 안타로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것 같았지만 경기는 순식간에 끝났다. 1번 이명기가 때린 타구가 외야로 향했지만 중견수 글러브로 향하고 말았다. 그리고 성급하게 스타트를 끊었던 최원준이 급히 1루로 돌아갔지만 발보다 공이 빨랐다. 그렇게 0-1로 경기가 종료됐고 KIA의 연패가 기록됐다.
최원준은 23일 “너무 욕심을 부렸다. 하던 대로 해야 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전날 자신의 주루플레이 실수에 관해 이야기했다.
의욕 넘친 막내의 실수였기에 사령탑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어제 상황에 대해 안 물어봤다. 인사를 하고 눈을 쓱 피하더라”고 웃으며 “얼마나 홈에 들어오고 싶었을까”라는 말로 막내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에게는 어리지만 강하게 키워야 하는 호랑이 새끼다. 최원준의 생애 첫 만루포가 터졌던 지난 5월 28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김 감독은 세 차례 만루 찬스를 날린 막내를 끝까지 믿어줬다. 그리고 최원준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끝내기 만루홈런이라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최원준은 “코치님이나 선배님들 모두 자신 있게 하라고 하신다. 처음에는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부담도 되고 두렵기도 했다. 혼자 주눅들기도 했는데 다들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해주셔서 편하게 하고 있다”며 “1군 선수가 아니고 내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내답게 최대한 자신 있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면서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김여울기자w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