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준혁은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오는 19일 대구에서 삼성과 SK가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그날이 양준혁의 은퇴경기다. SK쪽 선발로는 김광현이 거의 확실하게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김광현이 16일 "양준혁 선배 상대로 전력투구해 삼진 3개를 잡겠다"는 발언을 했다. 전력으로 상대하는 게 대선배에 대한 예의라는 의미였다. 또한 양팀 모두에게 중요한 승부인데다, 김광현이 데뷔 첫 홈런을 양준혁에게 허용했던 사연도 있다.

양준혁은 1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광현이가 그렇게 도발해주는 것도 나에겐 고마운 일이다"라고 했다. 환영의 뜻이다. 그는 "타자들은 어차피 10번 나가면 7번을 실패하지 않는가. 하지만 나도 해온 야구가 있는 만큼 호락호락 물러나진 않겠다. 최선을 다해 광현이를 상대하겠다. 삼진 먹을 때 먹더라도 쉽게는 못 간다. 괴롭히겠다"며 웃었다.

18시즌 동안의 치열함으로도 모자랐던 것일까. 19일 경기는 1위 다툼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는 경기다. 보통의 은퇴경기에서 보여지는 대충대충, 허술함이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준혁은 이에 대해 "휴~, 나는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정~말 치열한 게임을 하게 됐다. 그동안 즐기는 야구를 해본적이 한번도 없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후배 투수 배영수가 "선배님, 19일 경기때 즐기시면 됩니다"라고 하자 양준혁은 "어떻게 즐겨, 정말 중요한 경기인데 나 때문에 망칠까봐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하필 양준혁 은퇴경기가 왜 이렇게 중요한 경기가 됐나. 여러 행사로 흐름이 끊어지면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양준혁은 "본래 한달 전부터 잡혀있던 은퇴경기 스케줄이라 김성근 감독님께서도 이해해주실거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