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불펜에도 ‘미래의 희망’이 싹을 틔우고 있다. 

잘 나가는 KIA 타이거즈의 고민은 불펜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위태로운 전반기가 흘러갔다. 지난 시즌 뒷문을 책임졌던 임창용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여기저기 빈 틈이 생겼고,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전반기 내내 최하위 자리를 맴돌았다.

연일 기록 행진을 펼친 타선과 비교해 한참 더딘 걸음이지만, 불펜에도 미래를 기대케 하는 미래의 얼굴이 있다. 대졸 신인인 사이드암 박진태와 2년 차 남재현. 

박진태는 최근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씩씩하게 아웃카운트를 채워가고 있다. 선발로 나온 두 경기에서 공격적인 피칭으로 어필을 했던 박진태는 지난 6월 NC전부터 불펜에서 듬직하게 역할을 해오고 있다. 

6월 23일부터 9경기에서 9.1이닝을 던지며 3실점을 한 박진태는 6피안타를 허용했고 5개의 삼진을 잡았다. 사사구는 3개로 묶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SK와의 원정경기에서 15-3으로 앞서 7회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책임지면서 생애 첫 세이브도 수확했다. 박진태 야구 기록란에 써진 첫 기록이다. 

박진태는 “던지면서 세이브라는 생각도 못 했었다. 원래는 1이닝을 맡아서 전력으로 던졌는데 3이닝을 하게 됐다. 나중에 세이브라는 걸 알았다”며 “세이브라서 좋기는 하지만 박빙의 승부에서 이룬 것이 아니라서 담담하다. 지금은 내 역할이 아니지만 나중에 중요한 상황에서 세이브를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불펜의 새 힘으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루키’의 데뷔전은 쓸쓸했다. 

4월 11일 두산과의 원정경기가 박진태의 생애 첫 등판 경기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흐름 탓에 박수받지 못한 등장이었다. 4-8로 뒤진 4회 2사 1·3루에서 투입된 박진태는 불붙은 두산 타자들을 막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2.1이닝 10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루키의 첫 1군 나들이가 끝이 났다. 

두 달의 시간이 흘러 6월 8일 다시 1군 마운드를 밟은 그는 점점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박진태는 “첫 등판에서 힘든 경기를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며 “신인답게 하는 게 내 목표다. 아무것도 모를 때가 더 무섭다고 한다. 아직은 잘 모르기 때문에 겁 없이 자신 있게 경기를 하겠다. 이기든 지든, 어떤 상황에서든 팀이 요구하는 것을 하면서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역시 신인 다운 씩씩함으로 사람들을 눈길을 끌었던 고졸 2년 차 남재현도 두 번째 어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프로데뷔전을 치렀던 그는 4일 두 번째 등판에 나선 뒤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신인다운 패기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른쪽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면서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리고 남재현은 지난 9일 다시 1군 부름을 받으면서 도전의 시간을 맞게 됐다. 

남재현은 “경기 나가기 직전 불펜 피칭 때 마지막 공을 던지고 통증이 왔었다. 담이 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육이 찢어졌다고 해서 속상했다. 다시 기회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여유롭게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