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시즌 초 미운오리새끼인줄만 알았던 로저 버나디나(33·KIA)가 이제는 백조로서 자신의 진가를 맘껏 과시하고 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타자로서 ‘효자 외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0일 현재 79경기에서 타율 0.321(318타수 102안타) 15홈런 19도루 64타점 78득점을 기록 중이다. 월간 타율 추이가 4월(0.258)→5월(0.312)→6월(0.350)→7월(0.500)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복덩이’가 따로 없다.

비결이 무엇일까. 버나디나는 “이제 적응을 했다”라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버나디나는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보안하기 위해 애썼다. 타석에서 자신이 어떤 스윙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또 상대 투수들이 자신에게 어떤 승부를 가져가려 하는지, 어떤 공을 던지려 하는지 분석했다. 코칭스태프들의 조언에도 귀를 활짝 열었다. 버나디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더 노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어느덧 팀과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다. 팀 배팅은 기본이다. 지난 6일 SK전에서는 8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번트를 대 결승득점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득점 상황임에도 타점 욕심을 내지 않은 버나디나에게 김기태 KIA 감독은 고마움을 표했다. 동료들에 대한 칭찬도 아낌없다. 버나디나는 “최근 우리 팀원들이 하고 있는 타격은 정말 대단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라면서 “특히 최형우는 야수(beast)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목표는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20-20(20홈런-20도루)클럽 가입이 머지않았다. 만약 버나디나가 20-20 고지를 밟는다면 2003년 이종범(20홈런-50도루) 이후 타이거즈 소속으로는 처음이다. 버나디나는 “한국에 왔을 때부터 목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 안한다. 그저 최대한 많이, 그리고 후반기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이번 시즌 팀이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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