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해태 타선 맞먹는 파워… 8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

홈런 뺀 타격 전부문 리그 1위
주전 타자 9명 중 6명이 3할…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지뢰밭'
고의볼넷 등으로 거를수도 없어


"우리 때도 잘한다고 했는데, 요즘 KIA 타선은 우리 때보다 낫다고 본다."(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전광판을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 전부 타율 좋고, 장타 뽑아내는 타자들이다. 피해 갈 곳이 없다."(트레이 힐만 SK 감독)

요즘 KIA 타이거즈는 '역대 최강' '미친 타선'이란 평가를 받는다. 야구팬은 물론 전문가들도 이런 표현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 KIA는 지난달 27일 삼성과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5일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은 6일 SK전 5대3 승리로 멈췄지만, 이미 일본(4경기)과 미국(6경기)을 뛰어넘은 한·미·일 최다 기록이다. 5일 경기에선 5회초 한 이닝 동안 11타자 연속 안타(종전 8타자), 12타자 연속 득점(종전 11타자)이란 신기록도 썼다. KIA는 올 시즌 홈런을 뺀 모든 공격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 타율(0.308), 팀 안타(893개) 전부 리그 1위다.

야구팬들은 "올 시즌 KIA 타선은 한국 야구 왕조를 일궜던 전성기 해태 타이거즈와 비견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는 1980~90년대 한국 야구 최강의 팀이었다. 마운드도 높았지만, 타선에 수퍼 스타들이 즐비했다. 1986~89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세대 타이거즈는 전형적인 '홈런의 팀'이었다. 김봉연·김성한·김준환 등 거포들이 거의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다. 선 굵은 공격 야구로 패권을 쥐었다. 1990년대 후반의 2세대 타이거즈는 '호타준족의 팀'이었다. 타율 3할·20홈런·20도루를 밥 먹듯 하는 이종범·홍현우가 팀의 3~5번 중심 타자로 출장, 치고 달리면서 승수를 쌓았다.

올 시즌 KIA 타선은 앞선 1·2세대만큼 무섭다는 평가를 듣는다. 3세대 타이거즈의 특징은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쉬어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주전 9명 중 6명의 시즌 타율이 3할 이상이다. 6차례나 선발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 올 시즌 KBO리그 전체 기록(36회) 중 16.7%를 책임졌다. 득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집중력도 압도적이다. KIA는 득점권 타율(주자가 2·3루에 있을 때의 타율)이 0.342로 2위 넥센(0.313)이나 3위 LG(0.310)보다 훨씬 강하다. KIA는 올 시즌 520타점을 기록, 2위 SK(431점)와의 차이를 100개 가까이 벌렸다.

타선 짜임새가 견고해지면서 상대팀은 지뢰밭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3~5번 중심 타선에 집중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KIA는 타격 1위 김선빈(0.380)을 주로 9번 타자로, 2위 최형우(0.370)를 4번 타자로 내보낸다. 타격 7위 이명기(0.351)가 1번 톱타자다.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테이블세터(이명기·김주찬)나 하위 타순(이범호·서동욱·김민식·김선빈)의 무게감이 중심 타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수 입장에선 고의볼넷 등으로 거를 수도 없어 더 공포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윤형준 기자]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023&aid=0003294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