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다가 가야겠어요." 24일 삼성-한화전이 열리기 전 대전구장. 한화 2년차 투수 임기영(20)은 삼성 쪽 더그아웃을 두리번거렸다. 경북고 17년 선배인 이승엽(37)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임기영은 삼성 선수단이 도착하자마자 3루측 삼성 더그아웃 쪽으로 발걸음했다. 그러나 이승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금방 돌아왔다. 다시 한 번 갔을 때도 삼성 선수들이 몰려 있는 모습을 보고 이내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라고 이야기했다. 비록 팀은 다르지만 대선배를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은 듯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삼성 선수단이 스트레칭을 마치고 이승엽은 1루 쪽에서 캐치볼을 했을 때는 때마침 임기영이 선수단 미팅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배팅 연습을 하기 전 임기영은 다시 용기를 내서 이승엽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이숭용 XTM 해설위원 등이 주변에 있어서인지 임기영은 멀찍이 떨어져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손에는 사인을 받기 위한 듯 공이 들려있었지만 결국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스무 살 젊은 투수에게 아직까지 이승엽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대선배였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22일 시범경기에서 투타 대결을 펼친 적이 있지만 정규시즌에 만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류 감독은 "임기영이 경북고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자 "그럼 난 왜 인사를 안 하지"라고 말했다. 류 감독 역시 경북고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학교 박물관 같은 게 있어서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17년 차 선배인 이승엽도 어려운데 29년차 선배 류중일 감독은 찾아가긴 더 어렵지 않았을까.

는 2013 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