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sport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144&aid=0000498968

로저 버나디나(33·KIA)도 김호령(25·KIA)에게 반했다. 어린 외야수의 슈퍼캐치에 ‘세계 최고’를 외쳤다.

김기태 KIA 감독은 23일 광주 두산전에 앞서 전날 경기를 돌이키며 외야수들의 호수비를 칭찬했다. 에이스 헥터 노에시가 5이닝 동안 자신의 최다 기록인 13안타를 맞았지만 6실점으로 막으며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날 9-5로 앞서던 4회초 헥터는 2사 1·2루 위기를 이어가며 두산 타선의 맹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오른쪽 펜스 앞으로 향한 민병헌의 대형타구를 우익수 이명기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고 KIA는 4회말 5점을 보태 승부를 갈랐다, 5회에는 중견수 버나디나의 호수비가 나왔다. 헥터는 또 1실점을 허용했고 2사 1·3루 위기에서 우중간으로 향한 박건우의 큰 타구를 버나디나가 다이빙캐치 해 두산의 흐름을 끊었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6회초에는 좌익수 최형우가 빠지고 김호령이 중견수로 투입됐다. 늘 그렇듯 버나디나는 우익수로, 이명기가 좌익수로 이동했다. 6회 등판한 고효준이 첫 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또 대형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호령이 힘껏 달려 왼쪽으로 쓰러지며 잡아냈다. 고효준이 무실점으로 6회를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김호령은 정말 수비를 잘 한다. 심지어 버나디나도 김호령의 수비를 보고나서는 ‘이 세상 최고’라면서 자신이 우익수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고 한다”며 웃었다.

김호령은 2015년 대졸 신인으로 입단한 뒤 빼어난 수비력으로 2년 동안 주전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LG와 격돌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도 결국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됐지만 멋지게 잡아내 끝까지 홈 송구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많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KIA는 올해 타격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야수인 버나디나와 최형우가 입단해 김호령은 대수비·대주자로 투입되고 있다. 그래도 김호령의 자리는 중견수다. 외야에서도 가장 깊숙한 지점을 지켜야 하고 좌·우로 움직이며 수비폭도 넓어야 하는 자리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외야 수비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버나디나도 김호령이 투입되면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우익수로 이동하고 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김호령의 명품 수비를 직접 목격한 뒤 흔쾌히 납득하고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아마 지난 시즌 직접 본 헥터에게서도 (김호령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며 전날 김호령의 활약을 칭찬했다.

김호령은 KIA 외야의 미래를 책임질 외야수다. 수비만큼 강렬한 타격 실력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은 지난 시즌에는 타율 2할6푼7리 8홈런 41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팀 상황에 따라 백업으로 뛰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온 버나디나도 감탄했다. 외야 수비 실력만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