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34)가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두산과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타격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실로 향했다. 곧이어 취재진과 미팅을 위해 인터뷰실로 들어온 KIA 김기태 감독이 최형우를 보며 “어? 잘못들어왔나?”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광주구장 인터뷰실이 KIA와 두산 선수들을 위한 올스타 베스트 12 임시 투표소로 변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투표 용지에 적힌 동료들의 면면을 지켜보던 최형우는 쉼 호흡을 한 번 한 뒤 표기를 시작했다. 뒤따라 들어온 나지완이 “친한 선수들을 찍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에이, 나는 그런 것 없어. 잘하는 선수들 찍어야지. 올스타전인데”라며 기표를 계속했다. 나눔올스타(KIA, NC, LG, 넥센, 한화) 팬투표 최다득표를 질주 중인 최형우는 “나도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계속 잘해야 많은 팬이 찍어주실 것 아니냐.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동료를 선정하는 내 마음도 같다. 실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KIA는 훈련 종료, 두산은 훈련 시작 전에 투표를 해 양팀 선수단이 한꺼번에 투표소에 몰렸다. 드림 올스타(두산, SK, 롯데, 삼성, kt) 최다 배출을 노리는 두산 선수들 가운데 격전지인 2루수 후보로 이름을 올린 최주환(29)이 지지를 호소했다. 한 번도 올스타전 베스트 12에 뽑힌적 없는 최주환은 “라이벌이 조동찬(삼성)과 비교해 나이가 어리다”며 넉살을 떨었다. 마침 KIA 팻 딘이 투표소에 들어오자 ‘눈빛교환’으로 자신을 찍어 달라는 어필을 했다. 팻 딘이 “찍었다”고 말하자 “고맙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스타전 선수단 투표는 소속팀 동료를 제외한 다른 팀 선수들을 뽑는다. 선수들의 생각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두산 유희관은 “(최)주환이 한테 한 표 행사해야하는데 같은 팀이라 아쉽다”면서도 진지하게 투표권을 행사했다. 양의지는 “표가 적은 선수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고 또다른 선수는 “한 팀에서 너무 많은 선수들이 선정되는 것은 불공정하다. 실력대로 뽑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날 광주뿐만 아니라 KBO리그가 열리는 잠실, 문학, 대전, 수원 등 5개 구장에서 선수단 투표가 일제히 진행됐다. 오는 30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팬 투표가 마감되면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점수로 환산한 뒤 각각 70%와 30% 비율로 합산해 대망의 베스트 12를 발표한다. 팬심과 선수들의 마음이 통했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