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사는 '사람'들 ①]KIA 이대진 코치, '동행'하는 팀원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지막 꿈
"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의 모든 언어를 다 배우고 싶다. 야구는 그 다음이다."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누구보다 일찍 야구장에 출근한다. 보통 코치들이 선수들보다는 조금 이른 12시 30분쯤 출근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코치는 점심식사도 하기 전인 11시쯤 구장에 출근한다. "사실 미리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오늘 공부할 자료를 확인하다 보면 9시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구장에 출근한 이 코치는 홀로 덕아웃에 앉아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있으면 공부가 안 된다. 그 전에 오늘 할 것을 다 해놓아야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 코치는 동영상을 시청하며 가방에서 교재를 꺼냈다. 교재에는 '아이들도 쉽게 익힐 수 있는 스와힐리어'라고 쓰여있다. "우연히 바바예투라는 스와힐리어 노래를 들었는데 웅장하고 좋더라. 그 뒤로 전국을 뒤져 교재를 찾고 있다."며 이 코치는 멋쩍게 웃었다. 설명하는 이 코치의 말에는 힘이 배어 있었고, 그 몸짓은 어떤 투수의 투구폼보다 역동적이었다. 과거 마운드 위에서 '돌직구'를 던지던 모습 그대로였다.
이 코치가 처음 외국어에 눈을 뜬 것은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9년 일본에서 스프링캠프 중이던 이 코치는, 나고야에 사는 이종범 해설위원을 찾아 가고시마에서 나고야까지 단신의 몸으로 찾아왔다. "전화도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었을 텐데 자기가 어떻게 현지인과 소통이 되더라. 무리 없이 그 먼 길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아, 이 친구에게 야구는 그냥 잘 하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며 증언했다. 이 코치는 이후 기나긴 재활 후 재기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영어를 시작, 지금은 일본어도 무리없이 구사한다고 한다. "2009년 우승할 때에 모든 선수들이 다 기뻤겠지만, 우승 보너스로 어학원을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설레었다."는 후문.
외국어 얘기가 길어지는 듯 싶어 기자는 야구 얘기로 화제를 돌리더니, "팻딘은 사실 헥터나 버나디나에 비하면 흥미없는 선수"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 이유를 묻자 이 코치는 "생각해 보라, 헥터는 도미니카 사람이라 모국어가 스페인어다. 팀에서 2년차라 대화도 스스럼없다. 얼마전에 'Coño'라는 스페인어를 알려줬는데 무슨 뜻인지는 듣지 못했다. 버나디나는 네덜란드어를 쓰기 때문에 매우 가치 높은 용병이다. 그에 비하면 영어를 쓰는 팻딘은 좀 심심한 감이 있다."고 평했다.
"사실, 감독님이나 수석님은 '투수나 잘 보라'고 핀잔을 주신다."며 해맑게 웃은 이 코치의 눈에는, 진정 외국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사실, 통역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린다.'고. 그래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야구를 직업으로 삼았다."라고 웃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오롯이 지키고픈 마음이 묻어났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동영상이 다 재생되자, 이 코치는 웃으며 "나중에 코치를 그만두게 된다면, 공 하나 들고 외국에 어학연수를 다니고 싶다."는 이 코치. "가는 나라의 아이들마다 공을 쥐어주며 숙제를 내 주고 싶다. 그러다 보면, 말레이시아같은 야구 변방국에서도 한승혁, 홍건희처럼 프로 1군에 뛰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며 눈빛을 빛냈다. 어느덧 1시를 넘어 훈련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는 "얘기를 하다보니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며 "아이고, 이따가 경기 끝나고 복습해야겠네."라고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섀도우피칭을 하고 있는 손영민에게 달려갔다.
갸갤스포츠
가생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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