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레인저 감상 (집에 와서 차분히 정리해봤음)

twentysix

2013.07.03 22:07:02

조회 264 추천 0 댓글 4

오늘 시사회에 당첨되서 론 레인저를 보고 왔음.

사실 정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본 거라 같이 보러 간 친구랑 공짜로 본 거에 의의를 두자고 했어.

일단, 이 영화는 전형적인 디즈니 영화야. 권선징악, 정의는 승리한다.

캐릭터들은 아주 전형적인데다 평면적이고, 조니 뎁이 연기한 미친 인디언 톤토조차도 캐리비언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의 자기 복제, 그것도 더 조악해진 복제에 불과해.

스토리는 클리셰의 덩어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기관차처럼 결말을 향해 무식할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다가, 깜짝 놀랄만한 복선 같은 것도 없지. 깊이 생각할 거리도 없고, 캐릭터들에겐 내면적인 갈등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재밌더라구. 누구든 영화를 보기 전에 로튼 토마토에서 33% (지금은 더 떨어졌더군. 25%)라는 성적표를 보고 극장으로 갔다면, 그 사람이 바라는 건 이 영화가 2시간 20분짜리의 물리적인 의미의 똥이 아니길 바라는 것 뿐이지. 이 영화에 반전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건 똥을 기대하고 갔더니 금이나 은덩이는 아니더라도 구리덩이는 되더라는 것일거야.

영화를 보고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로튼 토마토에 있는 소위 평론가들의, '재미없다'는 말을 어떻게 paraphrase하면 촌철살인의 위트있는 평론가처럼 보일까 고심하며 쓴 듯한 평론들을 스마트폰으로 찾아 보면서, 난 이 영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내 감성이 글러먹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지.

잘 봐줘야 캐리비언의 해적 3, 4편 정도인 이 영화를 이렇게 만족스럽게 보게 해준 것이 평론가들의 혹평이었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이번 시사회를 통해 다시금 되새긴 것이 있다면, 평론가든, 전문가든,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 재미를 정의하게 둬서는 안된다는 거야.

평점: 4/5 (영화 자체 점수 3 + 내 괴팍한 성격이 준 점수 1)

추가) 점수 .5점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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