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장 욕을 먹고 있는 스토리텔링: ★★☆ (별 3개 만점)
블록버스터에도 문법이 있고 헐리우드만큼 도식화된 투자 안정 제작을 중시하는 필드가 또 없는데 이 영화는 다분히 감독 재량의 주관적 편집을 참을성 있게 허용하고 있어. 스콜세지처럼 그 수위를 잘 조절하면서도 독창적인 문법을 전개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길예르모나 맥지처럼 지 맘대로 한번 나갔다가 눈 밖에 나서 헐리우드 감독직에서 퇴출된 경우도 있는데, 잭 슈나이더는 이 영화에서 가히 똥망의 실수들을 저지르고 있음;;
특히 전반부의 스토리텔링은 앰비벌런스하다고 할 만큼 총체적 난국을 보이고 있는데,
잘 될 거라고 믿었는데 막상 찍어놓고 보니 잘 안 뭉쳐져서 짜집기로 땜빵 해놓았을 수준의 흔적들이 지엽적으로 발견되고 있음. ㅜㅜ
다행히 장르 특성상 관객들의 혼을 빼놓을 호화 액션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홀가분하게 잊고 액션에 빠져들 수 있어.
반면 영화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비평가, 애호가, 제작관계자 여러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썩토 난 것을 쉴드 쳐줄 수가 없는 영화야.
화끈한 액션 블록버스터: ★★★ 트랜스포머 스케일의 액션을 완전히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잭 슈나이더 자신의 특기를 가장 잘 살린 부분이라고 생각해.
팝콘 영화로써 더할 나위 없는 화력을 구축하고 있는 셈.
‘맨 오브 스틸’이 상징하는 의미: ★★☆
일단 이 영화의 제목이 슈퍼맨이 아니라 '강철의 사내' 즉 맨 오브 스틸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해. 크리스토퍼 리브가 좋은 유머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최고의 슈퍼맨이었다면, 맨 오브 스틸은 그를 동족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인종적 타자들 속에 홀로 고립된 채 테러리스트 동족 침략자들을 상대로 처절히 싸워야만 하는 고독하고 어두운 강철 남자의 싸움을 그려내고 있어.
이 싸움이 남기는 것은 사랑도, 위트도, 연민도 아닌 9.11처럼 잿더미로 변한 도시와 그 속에 널브러진 희생자들뿐이겠지.
미국적 시선에서 이 영화는 6~70년대의 보이스카웃의 시대가 갔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늘날 도래한 위기에 대항해 강철의 마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새로운 시대의 희망과 의지가 짙게 깔려 있는 거야.
이런 무겁고 어두운 주제의식을 놀란 스따일로 깊이 있게 살려낼 수 있는 잠재력을 이 영화는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가장 깊이 없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잭 슈나이더에게 맡겨놓음으로써 액션은 흥하고 병맛같은 진지함만 연출하는 앙꼬 없는 찐빵같이 되어버린거지(사실 감독만의 책임일 리는 없지만 어쨌든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이 짐ㅠㅠ).
맨 오브 스틸이 아닌 슈퍼맨 팬으로써 아쉬운 점: ★★☆
다크 나이트가 조커나 하비덴트 같은 문제적 캐릭터들의 깊이를 더해줌으로써 굉장한 만족감을 줬다면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이 슈퍼히어로 신화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요건과 조역들을 싹 날려버리고 외계인 특집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버렸어.
왜 이런 말이 있지, 슈퍼맨의 가장 뛰어난 점은 초인적인 힘과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구분할 수 있는 인간적인 면에 있다고,
그럼 그걸 보여달라고 ㅠㅠㅠㅠ 올드 팬 입장에서 이 팝콘 영화를 또 보느니 국내에 소개된 슈퍼맨 엄선작들을 읽는게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해.
이 영화는 앙꼬 없는 찐빵이야. 뭔가 안 맞는 궁합으로 되다 만 영화의 지표같은 케이스지.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흠 잡을 데 없음.
장점은 볼만한 액션과 파오라. 단점은 이 영화의 좋은 점만 보겠다면 지나칠 수 있는 총체적인 난국.
이 정도로 맨 오브 스틸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납득력 있게 설명됐으면 하는 바램이야(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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