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뱉원더, 트리니티의 배경이 되는 각자의 도시와 키워드를 나열하면

슈퍼맨 - 메트로폴리스, 크립톤/희망
배트맨 - 고담/어둠
원더 우먼 - 테마스키라(본질적으로 그리스 신화)/사랑

이렇게 인데 지금까지 원더 우먼을 다룰 때 악당으로서 몇몇 그리스 신을 다루거나 테마스키라만을 다뤘는데 이게 원더 우먼의 배경을 크게 줄인거라 본다. 이건 마치 슈퍼맨 이야기를 하는데 메트로폴리스가 아니라 데일리 플래닛만 다루는 것이고 배트맨 이야기를 하는데 고담이 아니라 아캄 수용소만을 다루는 격이지.

메트로폴리스와 고담에 관한 고찰은 많이 있었지. 매트로폴리스의 시민들은 루터나 매채의 선동에 넘어가 슈퍼맨에게 등을 돌릴 때도 있지만 결국 슈퍼맨을 지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주지. 로이스 레인이 그런 지지의 대표자격인 인물이고. 그랜트 모리슨의 슈퍼맨과 강철 사나이들에서도 잘 표현됨.

멸망한 행성 크립톤 최후의 아들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고뇌는 두 말하면 입 아프지. 맨 오브 스틸에서도 이런 걸 다루고 있고 이런 점이 슈퍼맨의 깊이를 더해주고.

고담 같은 경우에도 그랜트 모리슨이 그 넓이를 넓여놨지. 스콧 스나이더 역시 검은 거울, 게이츠 오브 고담, 부엉이 법정에 걸쳐 고담에 관한 고찰을 늘어놨고.

반면에 원더 우먼의 테마스키라는 이러한 폭넓은 배경과 깊은 고찰을 하기엔 너무 좁지. 찰흙으로 만들어졌고 신들의 은총을 받은 너무나도 완벽한 인물에게 무슨 정신적 고찰이 있고 고뇌가 있겠어.(아자렐로는 이것마저 자매들과 거리감을 느꼈다는 갈등 구조로 써먹었긴 하지만) 테마스키라 역시 여자들만 사는 외딴 섬에 완벽한 이상향이니 파고들 여지가 없고 한다해도 이야기가 지지부진 하지.

그런 점에서 테마스키라를 넘어 그리스 신화로 배경을 확장시킨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 매력적인 인물인 수많은 신들에 그들과의 관계까지,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훨씬 많아졌고 거기에 원더 우먼을 가족으로 편입시켜 새로운 관계와 갈등으로 재해석(대표적으로 어머니 히폴리타)시키기 까지.

다만 원더 우먼의 초창기 키워드인 사랑,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가 결여된 건 아쉽지만 배경만이라도 확장시킨 건 큰 공로라고 봄.

그점은 그랜트 모리슨이 어스원에서 잘 다뤄줬으면 좋겠고 그에 관한 썰은 다음에 싸질러 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