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3위로 올라섰다. 개막 이후 순위가 정리돼 4위에 자리를 잡았던 지난달 29일 이후 25일 만이다. 키움의 상승세는 갈수록 안정세를 찾고 있는 투수력에 기인한다. 키움의 팀 타율은 0.267로 7위에 머물러있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4.18로 10개 구단 1위에 올라있다. 다소 부족한 공격력을 안정된 마운드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에이스 브리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있지만 선발 로테이션도 10개 구단 중 잘 돌아가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다. 2선발 요키시가 1.63의 평균 자책점에 6승으로 다승 2위를 달리면서 에이스 역할을 물려받았으며 토종 선발군단 최원태, 이승호, 한현희의 구위도 기복이 적다.

마무리 조상우의 존재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김태훈이 지난해 김상수가 맡던 마운드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영준, 양현 등도 제몫을 하고 있다. 기복이 있는 타격보다는 투수들의 제구가 안정되자 이는 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2015년 넥센에서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키움 손혁 감독은 SK를 거치면서 투수왕국 당시의 갖은 투수들을 조련했다. 그래서 야수들보다는 투수 쪽에 자신의 철학을 심기 쉽다. 키움 마운드의 선전으로 그가 가진 ‘세 가지 원칙’에 다시금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손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투수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기로 유명하다. 계속해서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는 완결된 하나의 이론을 방불케 한다. 핵심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빠른 승부다.

손 감독은 초구 스트라이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구종이 줄어들고 투수의 시야 또한 좁아진다. 그래서 최대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져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투수는 이를 투심 패스트볼 등 빠른 볼로 처리하는데 제구가 되는 투수에 있어서는 변화구 초구도 권장하고 이를 수행할 경우 매우 높게 친다.

그리고 ‘결정구는 3구 안에 던지도록’ 유도한다. 타자와의 웬만한 승부는 3구 안에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손 감독의 지론이다. 초구를 비롯해 1-1 카운트에서 3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2에서는 결국 승부에 쫓기게 되므로 0-0 카운트 못지않게 1-1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3-2 카운트에 던질 공을 1-1에 던져서 일찍 승부를 보라는 것이 손 감독의 철학이다.

마지막으로는 “볼넷보다는 차라리 안타가 낫다”고 말한다. 이 역시 초구 스트라이크, 3구 이내 승부와도 직결되는 내용인데 3구 이내 승부를 봐 제구가 안 되더라도 안타를 맞는 게 정황상 좋다는 이야기다. 볼이 많아지거나 투구수가 많아지면 결국 이는 투수의 체력저하로 이어지고, 상대팀에게 구종노출도 많이 된다. 손 감독의 세 가지 원칙은 결국 투구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이러한 철학 덕분인지 지난 22일까지 키움 투수들의 전체 투구수는 6009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가장 많이 던진 한화의 6767개에 비하면 758개나 적다. 22일까지 리그 이닝당 투구수가 33.4개인 것을 고려하면 한화의 투수들이 비슷한 기간 키움의 투수들보다 22.7이닝, 거의 두 경기 반을 더 던진 셈이 된다.

손 감독은 한 경기 100구를 던진다고 가정할 때 30구만 포수의 리드대로 던진다면 훌륭한 선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필요한 타이밍에 필요한 공을 경제적으로 던지는 일. 키움은 효율적인 마운드 운용을 통해 서서히 강자로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