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로 들어가기 전부터, 수습으로 들어간 후에도 난 기자 윤리강령을 달달 외워야 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도 지킬 수 없는 말을 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쓸 때는 두 개의 눈이 아닌 적어도 네 개의 눈이 지켜봐야 했었고

글이 올라가기까지는 수많은 집도의들에게 수술을 받았어야 했다.

기사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으스댔고

기사가 나쁜 반응을 얻으면 내 말이 아니게 되어버린 말에 책임져야 했다.

카메라는 세상을 담으나 기사는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녹음기는 세상을 들으나 기사는 세상을 들려주지 못했다.

수습들끼리 술자리에서 선배들을 깐 다음 날. 나는 계단으로 불려가 뚝배기가 깨졌다.

좆같아도 참고 버틸까 했지만, 다음 날 나를 반긴 것은 비어있는 내 자리였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퇴사하고 내 뚝배기를 깬 새끼를 고소했지만

'하필이면' 계단에는 CCTV가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판결이 나왔다.

분명 계단으로 가기까지의 CCTV는 있었을 텐데 말이다.

기자는 영혼을 팔아야 하는 직업이다.

나는 나의 영혼을 버리지 못했고

나는 기자의 길에서 쫓겨났다.

나는 그래서 기자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