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출발점은 비슷했다. 다른 한 명은 밑바닥에서 시작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스카이 캐슬' 출신이다. 멜 로하스(30·KT)와 다니엘 팔카(29·삼성) 그리고 딕슨 마차도(28·롯데), 애디슨 러셀(26·키움) 얘기다.

로하스와 팔카는 드래프트서 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꽤 괜찮은 선수라는 의미다. 로하스는 2010년 드래프트서 피츠버그에 의해 3라운드에 이름이 불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재목이라는 평가다. 팔카는 고교 졸업 당시 19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거부했다. 3년 후 애리조나는 3라운드에 그를 뽑았다.

딕슨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자국 리그서 뛰다 2012년 디트로이트의 마이너리그 팀에 팔려갔다.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러셀은 이들과 급이 다르다. 2012년 오클랜드에 의해 전체 11순위 1라운드 지명됐다.

1라운드 지명자들은 입단 초기부터 대우가 다르다. 그야말로 금이야, 옥이야 소중히 다루어진다.

러셀은 2015년 4월 22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1살 때였다. 그로부터 34일 후 마차도가 메이저리그서 첫 경기를 가졌다. 팔카는 그들보다 3년 늦은 2018년 4월 25일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로하스는 아예 메이저리그 무대 자체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팔카의 2018시즌은 강렬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서 5위를 차지했다. 그의 앞날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러셀의 이력은 더 화려하다.

러셀은 2016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다.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홈런 21개 95타점 타율 0.238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시카고 컵스 유격수 가운데 90타점을 넘긴 두번째 선수였다. 첫번째는 컵스의 전설 어니 뱅크스.

그해 가을 러셀의 색채는 더욱 화려해졌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서 4차전과 5차전 결정적인 홈런을 날렸다. 월드시리즈 6차전서는 만루 홈런을 터트리기도. 러셀은 컵스의 108년 묵은 '염소의 저주'를 깨트린 주역이었다.

마차도는 도합 172번의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그가 때려낸 총 홈런 수는 단 두 개.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0.227. 팔카나 러셀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그래도 마차도는 로하스에 비하면 한참 우위다. 로하스는 메이저리그 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른다.

그들 넷은 운명처럼 2020시즌 KBO리그서 만났다. 26일 현재 이들의 성적은 어떨까. 먼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러셀. 홈런 10개 43타점 타율은 0.253이다. 지난 15~16일 경기서는 스타팅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신인왕 5위 팔카는 어떤가. 뒤늦게 합류했으니 홈런 7개는 그렇다 치고. 타율이 0.214에 그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로 한 시즌 27개나 때려내던 그의 파워는 어디로 갔을까. 팔카의 상태를 확인한 삼성은 곤혹스럽다. 재계약을 해야 하나, 새 외국인 타자를 뽑아야 하나. 어려운 선택이다.

마차도는 입단 당시 수비형 선수로 분류됐다. 소문대로 수비 실력은 발군이다. 그런데 타격 솜씨도 쏠쏠하다. 홈런도 두 자리수(10개)를 채웠고 타점은 팀내 4위(64개)다. 타율은 0.278.

메이저리그 경험 제로 로하스의 활약은 더 경이롭다. 타율(0.353) 홈런(46개) 타점(132개) 1위다. 마차도는 2016시즌의 대부분을 트리플A에서 보냈다. 9월 엔트리가 확대되고서야 메이저리그서 8경기를 뛰었다. 러셀이 올스타로 활약하던 해다. 외국인 선수는 과거의 기록만 가지고 판단하기 힘들다. 절박함이야말로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