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40초. 8년 전 끝나지 않던 1초를 생각하면 40초란 시간은 야구의 존엄성을 짓밟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2020년 8월 19일. 그렇게 야구의 존엄성은 동업자 정신과 함께 내팽개쳐진 채 처참히 도륙되었다.

사건은 7회 초 키움 히어로즈의 공격상황에서 시작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박병호의 타석에서 NC 배재환이 박병호의 손목을 향하는 공을 던졌다.

주심은 바로 박병호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고, 공을 받으려던 포수 양의지 또한 손등에 맞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박병호는 공에 맞자마자 배트를 놓고 덕아웃을 향해 들어갔다. 2017년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손목을 맞았지만, 박병호는 화내지 않았다.

사구 또한 경기의 일환이고, 공에 맞은 그 순간에도 그라운드 위에서 그들은 야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NC 덕아웃에서 사구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그들은 박병호가 맞지 않았음에도 맞았다며 연기를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게 아니라면,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기 위해 애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 선수의 커리어를 끝낼 수 있는 부위를 맞추고도 역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걸지도 모른다.

정말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은 야구를 죽였다.

40초. 그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몇 번을 봐도 박병호는 공에 맞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 순간, 그라운드 위의 야구는 죽었다.

보복구도 야구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은 야구를 포기했다.

야구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보복구는 눈먼 폭력일 뿐이다.

2020년 8월 19일. 이동욱은 야구를 포기했다.

방구석=혀갤러 기자 Baseball@dcinside.com

출처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h_new&no=1454121